좌석뿐인 김해·창원 버스, 증차 요구 외면에 시민 불편
김해서 창원 가는 직장인 1일 5만 명
6년 전 일반서 좌석버스로 교체 붐벼
김해 증차 제안에도 창원 미온적 태도
“승객 뺏김” vs “인구 유출 때문” 주장
창원터널을 통과하는 경남 김해·창원 시내버스가 좌석버스로 교체된 지 6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시민 불만이 크다. 김해시의 증차 제안에도 창원시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지역 승객 유출과 인구 유출 우려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3일 이른 아침 장유석봉마을 버스정류장에는 창원으로 향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모였다. 한 학생은 “좌석이 부족해 다음 버스를 타야 할 때가 종종 있다. 한 번 놓치면 20~30분을 기다려야 해 마음이 급해진다. 날씨가 안 좋은 날은 더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김해시 장유에서 창원터널을 지나 창원시로 이동하는 김해 버스는 58·59·97·98·97-1번 5개 노선으로 총 22대가 운행된다. 창원 버스는 770번 단일 노선으로 차량 10대가 투입된다. 이 구간 버스는 2018년 5월 일반버스에서 좌석버스로 전면 교체됐다. 2011년 12월 개정된 ‘자동차·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자동차전용도로인 창원터널에서의 시내버스 입석 운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좌석버스 투입으로 탑승 가능 인원은 기존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버스 증차 등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창원시는 예산 부족으로 향후 증차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창원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만석이면 버스가 그냥 지나치다 보니 종종 규제를 묻는 연락이 온다. 특히 김해 장유에서 창원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많아 김해시민이 더 불편할 것”이라며 “창원은 전 노선에서 증차가 요구되는 상황이라 예산 문제로 증차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김해시는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해당 노선을 증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해연구원은 1일 5만 명의 김해시민이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김해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김해시민이 더 불편해하니까 우리가 더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몇 차례 먼저 증차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창원시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협조만 해준다면 장유-창원, 진영-마산 구간 노선을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창원시 측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시 재정을 고려해야 하는데 다, 지역 운수업체들도 배려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창원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승객 불편을 덜려면 증차해 배차간격을 줄여야 한다는 건 안다”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김해 버스가 창원 내에서 이동하는 승객까지 태우다 보니 지역업체들은 승객을 빼앗긴다고 느끼는 것 같다. 노선이 안 겹치도록 합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교통이 편리해지면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저렴한 김해 장유로 인구가 유출될 걸 우려해 창원시가 협조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유 주민 김민석(50·장유1동) 씨는 “20년 가까이 비음산 터널을 뚫어주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장유에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창원시민이 많이 옮겨왔다. 창원 인구가 유출될까봐 교통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