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만 ‘혈세 50억’ 수소차 보조금, 판매자 현대에 지급
국비 33억·시비 16억 지원돼
“보조금 제도 취지 맞지 않아”
부산에서 수소차 보조금 50억 원가량이 수소차량을 생산하는 현대차에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일반 국민들의 무공해 차량 이용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 소속 김형철(연제2)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시가 보급한 수소승용차량은 총 200대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반인이 구매한 수소차량은 52대에 그친다. 나머지 148대는 현대자동차가 내부 업무용 목적으로 자회사인 현대캐피탈을 통해 리스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리스할 때도 일반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수소차량 지원금이 동일하게 지급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소차 1대당 구매 보조금은 총 3350만 원으로 현대차가 리스한 넥쏘 차량 가격(6950 만 원)의 절반에 달한다. 보조금 지급 형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비와 시비가 매칭되는데, 1대당 국비는 2250만 원, 시비는 1100만 원이 투입된다.
결국 넥쏘를 생산하는 현대차에 부산에서만 세금 49억 5800만 원이 보조금으로 지급됐으며 중앙정부에서 지급한 금액은 33억 3000만 원, 부산시민 혈세도 16억 2800만 원이나 투입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견되자 김 의원은 내년도 부산시 예산안 계수조정을 통해 수소승용차 구매지원 예산 67억 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0억 1500만 원을 전격 삭감했다. 수소차량 생산자인 현대차에 구매 보조금 명목으로 시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현대차에 수소차량 구매 지원금이 지급된 것과 관련, 일반 국민들의 친환경차 사용을 독려하겠다는 정부의 지침과는 일치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국적으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 의원은 “이러한 문제가 부산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며 “전국으로 실태조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친환경차 저변 확대는 필요하지만 특정 기업에 지원이 집중되는 형태는 올바르지 않다”며 “국민 혈세가 기업에 흘러 들어가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시의 수소차 보급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2019년 550대에 달했던 실적은 2020년 356대로 급감했다. 이어 2021년 400대, 2022년 666대로 선전하는 듯 했으나 지난해 138대에 그쳤으며 올해는 200대를 기록했지만 실제 일반인 구매는 52대에 그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