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은 ‘쥐꼬리’, 금융사는 매년 1조 원 ‘꿀꺽’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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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년간 수수료 7조 원 육박
적립금 규모 따라 눈덩이로 불어
지난 5년간 수익률은 2%대 불과
“수수료 체계 개편” 목소리 제기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최근 6년간 수수료로만 7조 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영업점에서 관계자가 퇴직연금 관련 홍보물을 부착하는 모습. 연합뉴스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최근 6년간 수수료로만 7조 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영업점에서 관계자가 퇴직연금 관련 홍보물을 부착하는 모습. 연합뉴스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최근 6년간 수수료로만 7조 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이 불어나면서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금융사가 가입자에게서 떼어 가는 수수료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2%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가 지나치다는 볼멘소리가 제기된다.

5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퇴직연금 비교공시’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맡아서 관리·운용하는 금융사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둬들인 수수료 수입은 6조 9399억 3700만 원으로 약 7조 원에 육박했다.

2018년 8860억 4800만 원 규모였던 퇴직연금 수수료 수입은 2020년 1조 원을 넘었고, 2022년 1조 3231억 6100만 원, 2023년 1조 4211억 8600만 원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퇴직연금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사용자는 일정 금액(급여의 8.33%)을 보험료로 떼어 외부 민간 금융기관(퇴직연금사업자)에 맡겨야 하고, 금융사는 이를 운용해서 수익을 낸 뒤 가입자(회사 혹은 근로자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금융사(퇴직연금사업자)는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업무 서비스(운용관리업무·자산관리업무·펀드 소개 등)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는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펀드 총비용 등으로 나뉜다.

수수료는 퇴직연금 적립금에 차등요율 방식이나 단일요율 방식 등 일정 비율로 부과하기에 향후 적립금 규모가 커짐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2005년 12월 제도 시행 1년 후인 2006년 1조 원에 못 미쳤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10년 뒤인 2016년 147조 원으로 늘었다. 이후 2018년 190조 원, 2020년 256조 원, 2022년 336조 원, 지난해 382조 4000억 원 등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는 420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0년 뒤인 2033년이면 940조 원에 달해 ‘1000조 원 시대’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지만, 연금 운용 실적을 보여주는 수익률은 형편없다. 적립금 중에서 운용수익이 기여하는 몫은 아주 적다. 대부분은 가입자가 증가한 데 기인한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과 10년간의 연 환산 퇴직연금 수익률은 각각 2.35%, 2.07%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행 수수료 체계를 적립금 규모 대비 정률 부과 방식이 아니라 서비스별로 세분화해 부과하는 방법으로 변경하는 등 금융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진하는 쪽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여금액, 가입인원, 개별 금융거래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수수료를 책정하자는 말이다. 예컨대 가입자 교육 서비스의 경우 적립금 규모보다는 교육 횟수나 가입인원을 기준으로 서비스 수수료를 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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