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만난 트럼프 “세상이 약간 미쳐가는 것 같다”
프랑스로 대선 후 첫 국외 일정
마크롱·젤렌스키와 3자 회담
우크라 “이 전쟁 빨리 끝내야”
바이든, 이날 보란듯 군사 지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처음으로 외국을 방문하며 정상외교에 돌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의 초청을 받아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참석하고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등으로 어수선한 국제 정세를 염두에 둔 듯 “지금 세상이 약간 미쳐가는 것 같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 정상 간의 회담에는 원래 트럼프 당선인과 별도로 만나기로 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동참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 등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날 3자 회동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생산적이고 현실적이었으며 우리 모두 이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싶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대담한 결정을 내리고 정당한 진짜 평화를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와 회동을 준비한 마크롱 대통령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겠다고 공약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 등 희생을 강요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 직후 축하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어떤 종전 협상이든 러시아의 의미 있는 양보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과거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정책을 자주 비판한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방문을 “프랑스 국민에 큰 영광”이라고 치켜세우는 등 비위를 맞추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도 “우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말했지만, 그러면서도 앙금이 남은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엘리제궁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오른손을 자신에게 끌어당겨 세게 흔들었다.
또 궁 안에서 카메라를 보고 악수할 때 마크롱 대통령의 오른손을 위에서 아래로 누르면서 꽉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두 정상은 2017년 5월 브뤼셀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하고 이를 악물다 싶을 정도로 세게 악수하며 기 싸움을 벌인 전례가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와는 반대로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안보 지원을 발표했다.
7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한화 1조4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제공한다며 이번 지원 패키지에 드론과 로켓, 기존 제공 무기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구상’(USAI)에 기반한 22번째 지원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이후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액은 총 62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의회를 통과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08억 달러(한화 86조 원) 가운데 미사용분을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에 최대한 사용한다는 복안이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