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로 '외교 공백'…트럼프 취임 대응 '올스톱'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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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로는 정상적 외교 불가능
내년 경주 개최 APEC 준비도 부실
상대국에 제시할 '퇴진 로드맵' 절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 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국정 공백으로 한국 외교가 길을 잃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하겠다”며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정상인 대통령이 외교에서 손을 뗄 경우 이를 대신할 주체가 없어진다. 대통령의 법적 권한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내린 결정을 상대 국가가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 총리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윤 대통령과의 소통을 통해 상대국과 외교 행위를 한다면 정부·여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바로 어기는 것이 된다.

내년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공식 출범(1월 20일)을 시작으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6월), 경주 개최가 확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12월) 등 1년 내내 굵직한 외교 이슈가 예정돼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트럼프 2기의 출범이다. 한미동맹의 특성, 현재 북한 관련 동북아 정세 등을 감안하면 한미 정상의 첫 회동이 중요한데 이것이 당장 불가능하게 됐다.

한 총리가 법적으로 대통령의 권한 대행이 아닌 상태에서 트럼프가 만남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이 윤 대통령 퇴진의 구체적 ‘로드맵’을 외교부를 통해 상대국에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대국이 한국과의 중요한 외교적 소통이나 결정을 언제까지 보류하면 되는지, 그 과정에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의 수준은 어디까지로 하면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선 ‘대통령 조기 퇴진’이라는 설명만으로는 국제사회가 한국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선명한 일정을 제시해야 외교 상대국과의 소통이 원활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대통령은 물론 국가안보실 시스템도 사실상 가동이 중단됐다”면서 “명확한 로드맵이 나오지 않는다면 양자 관계는 물론 다자 간 특정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한국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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