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고향’ 산청 생초에 축구센터 들어선다…폐교 부지 활용
산청 생초중·고 폐교 후 7년여 간 방치
축구센터 구축 계획…용도 변경 진행
내년 초 학교 철거…2026년까지 공사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고향, 경남 산청군 생초면에 국제 규격 축구장을 포함한 축구센터가 들어선다. 7년 동안 방치돼 온 생초중학교·고등학교 부지를 철거한 뒤 그 부지를 활용할 전망이다.
11일 산청군에 따르면 현재 생초면 어서리 생초중·고등학교 폐교 부지에 대한 용도 변경이 진행 중이다. 현재 군은 지방소멸대응기금 95억 원을 포함해 총 125억 원을 들여 해당 부지에 축구 경기와 관람을 위한 축구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용도 변경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내년 2월께 생초중·고 철거에 나선다. 이어 하반기까지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2026년에는 공사를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군은 앞서 경남교육청과 협의해 폐교 부지를 군유지와 교환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생초중 부지를 매입했다. 센터에는 국제 규격 축구장 1면과 풋살장, 관리동, 관중석, 주차장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산청군 관계자는 “폐교를 활용해 가족 단위 스포츠 관광객부터 생활체육인까지 아우를 수 있는 주민친화형 스포츠 거점을 구축하려고 한다. 폐교를 오래 두면 범죄나 사고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생초면은 경남과 경북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지리산으로 가는 길목으로, 과거에는 인구도 많고 활기가 넘치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인구가 줄었는데, 2000년대 초 3000명 안팎이었던 생초면 인구는 지난해 말 1883명까지 떨어졌다.
인구가 줄자 생초중·고도 자연스레 폐교의 길을 걸었다. 생초중은 1953년 한국전쟁 휴전일을 두 달여 앞둔 5월 23일, 생초고는 약 20년 뒤인 1974년 1월 5일 각각 개교했다. 한때 지역 교육의 요람으로 운영돼 왔지만 학령 인구 감소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8년 3월, 나란히 폐교했다.
마을 중심에 있는 학교 건물이 폐교 상태로 장기간 방치될 위기에 처하자, 군은 활용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축구센터 건립에 나서기로 했다. 생초면은 박항서 감독의 고향으로 축구와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특히 박항서 감독은 생초중에서 선수로 뛰었으며, 생초중은 폐교 전까지 유소년 축구팀을 운영해 왔다.
또한, 생초는 현재 축구장 2면을 갖춘 생활체육시설이 구축돼 있어 해마다 적지 않은 유소년 축구팀이 전지훈련을 오고 있다. 지난해에만 산청에 73개 축구팀이 전지훈련을 왔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생초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또한 해마다 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린다. 군은 기존 시설에 축구센터까지 더해지면 생초면이 전국적인 축구 전지훈련 메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생초면은 기후 조건이 따뜻하고 시설이 좋아 해마다 많은 축구팀들이 전지훈련을 온다. 현재 전국 규모 유소년 축구대회 등을 유치 중인데, 축구센터 건립을 계기로 더 많은 축구장 면수를 확보하면 고등부와 일반부 전국 대회까지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은 과제는 센터 내 숙소동 건립이다. 군은 당초 센터 내 숙소동을 건립하려고 했지만, 지역사회 찬반 의견이 분분한 데다 관리가 쉽지 않다는 문제 탓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군은 숙소동이 구축되지 않을 경우 인근 휴양마을과 펜션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