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끌어내라 지시” 증언에도 “장악 의도 없었다”는 尹
내란죄 쟁점 계엄군 해명에 집중
선관위 부정선거 음모론도 반복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 대신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국회 계엄군 투입에 대해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계엄군 투입에 대해선 “전산시스템 점검을 위해서”였다고 강변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과 배치된다. “국민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부정선거’ 음모론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면서 “300명 미만의 실무장하지 않은 병력으로 그 넓디넓은 국회 공간을 상당 기간 장악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했다”며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곽 사령관의 증언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선관위 해킹 가능성도 주장하면서 계엄군 배치가 정당했다고 강변했다. 그는 선관위의 허술한 정보보안 실태가 “차마 밝히지 못했던 심각한 일”이라면서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이 점검하고자 했을 때 선관위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우며 완강히 거부했다”면서 “선관위의 대규모 채용 부정 사건이 터져 감사와 수사를 받게 되자 전체 시스템 장비의 아주 일부분만 점검에 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였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선관위 비판에 대해선 극우 인사들이 주장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선관위는 윤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 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국정원 등과 보안 컨설팅을 한 결과 일부 취약점이 발견됐으나 북한의 해킹으로 인한 선거시스템 침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우리나라의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정보시스템과 기계 장치 등은 이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대통령의 이번 담화를 통해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무단 점거와 전산 서버 탈취 시도는 위헌·위법한 행위임이 명백하게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