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화수행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국회 탄핵 가결로 내란죄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된 데 이어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 비상계엄 작전 지휘를 주도한 군과 경찰 지휘관이 내란죄의 중요임무 종사자로 잇따라 구속됐거나 구속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내란죄의 우두머리로 사법 당국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형법 87조는 내란죄에 대해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우두머리, 모의 참여·지휘 등 중요임무 종사자, 부화수행·단순 가담자로 구분해 처벌한다.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중요임무 종사자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부화수행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한다고 돼 있다. 내란죄 우두머리 피의자로 지목된 윤 대통령이나 중요임무 종사자는 혐의가 확정되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비상계엄에서 부화수행자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다.

당장 대통령 탄핵으로 권한대행을 맡게 된 한덕수 국무총리도 부화수행 혐의 선상에 올랐다.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3일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 총리 등 10명의 국무위원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이들이 위헌·위법적 계엄이라고 인식하면서 적극적으로 막지 못했다면 부화수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야당은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도 고발했다. 출동한 군과 경찰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추가 사법 처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부화수행(附和隨行)은 줏대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만 따라서 그가 하는 짓을 따라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의견을 비판적 사고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모방하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논어, 맹자, 한비자 등 고전에서 사람의 행동과 생각이 독립적이어야 함을 강조하는 문맥에 종종 언급되는데 권위적 사회와 조직에서 맹목적으로 지시에 따르는 행동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화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 보루이듯 국정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깨어 있는 공직자가 필요한 법인데….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