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생계에 허덕”…금융지주는 ‘이자 장사’에 돈 잔치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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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올해 역대 실적 전망
취약계층 3명 중 1명은 연체 상태
청년층 빚 상환 여력 가장 취약

생활고 등으로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취약계층 3명 중 1명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 상태다. 반면 4대 금융지주는 ‘이자 장사’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생활고 등으로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취약계층 3명 중 1명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 상태다. 반면 4대 금융지주는 ‘이자 장사’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대출 시장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서민은 ‘이자의 늪’으로 인해 생계마저 허덕이고, 금융권은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돈 잔치를 벌일 전망이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4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총 2조 43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1조 3421억 원보다 80% 넘게 증가한 수치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4분기 2114억 원에서 올해 4분기 6768억 원으로 순이익이 무려 220.1%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는 5761억 원에서 7343억 원으로 27.5%, 하나금융지주는 4597억 원에서 6212억 원으로 35.1% 각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4분기 순이익은 3983억 원으로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전년 동기 대비 950억 원과 비교하면 319.4%나 불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연간으로도 금융지주들은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 9245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1.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지주의 순이익 총액이 17조 원 가까이 육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거둔 사상 최대 실적인 15조 6503억 원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내수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이 역대 호황을 누린 배경은 주력 계열사인 시중은행의 이자수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시중은행들이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여·수신 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지난 7월 0.43%포인트(P)에서 10월 1.04%P로 석 달 연속 늘어 2배 이상 뛰었다.

반면 생활고 등으로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취약계층 3명 중 1명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신용·저소득층 대상 정책금융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지난 10월 기준 29.7%에 달했다.

지난해 말 11.7%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지난 5월 20%대에 진입한 뒤 가파르게 치솟아 30% 돌파를 앞두고 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의 연체율이 36.2%로 가장 높았다. 30대 연체율도 32.4%다. 경기둔화 여파에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청년층의 빚 상환 여력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40대(29.6%) △50대(26.3%) △60대(22.6%) △70대 이상(22.6%)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연체율이 낮아졌다.

김 의원은 “소액 대출마저 갚지 못할 만큼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소액생계비대출 연체는 신용점수에도 영향을 미쳐 차후 금융 이용에도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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