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한대행, 쟁점법안 거부권 행사 ‘무게’…민주당 ‘탄핵’ 카드로 압박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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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법안, ‘김 여사 특검법’ 등 기존 반대 법안은 ‘입장 유지’ 가능성
‘내란 일반특검’은 수용 무게, 헌법재판관 임명도 “안 할 근거 미약”
민주당 “대통령 행세 말라” 탄핵 가능성 시사하며 압박 계속
국힘 불참키로 한 헌법재판관 인청특위 박지원으로 위원장 교체 속도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씰 증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씰 증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자신의 ‘권한 범위’에 대한 여야의 상반된 압박 속에 정부가 반대해온 쟁점 법안들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두고 18일에도 고심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차 ‘탄핵’ 카드를 끄집어내며 국회서 강행처리한 쟁점 법안들의 수용을 압박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르면 19일 6개 쟁점 법안(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놓고 중대한 판단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는 당초 전날 정례 국무회의에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상정·심의·의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가 야당의 반발 등을 감안해 보류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내란 일반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도 내년 1월 1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총리실 내부에서는 그 동안 일관되게 반대해왔던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는 정부 판단의 연속성과 신뢰성 차원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기류다. 대통령 탄핵 국면이라고 해서 같은 법안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면 정부 정책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 여사 특검법의 경우에도 기존에 반대해왔던 독소 조항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내란 일반특검은 정치적 요소가 강하고 정부가 반대했던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의 수사 대상으로 올라 있다는 점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할 것이냐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진행해야 하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상 규정된 정원에 미달한 6인 체제여서 선고 가능성을 놓고 법리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 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모두 국회 추천 몫이라 권한대행이 소극적 권한 행사 차원에서 임명이 가능하다고 맞선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부 내부에서는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근거가 약하다는 기류가 강하다”면서도 “결국 권한대행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확답을 미뤘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에 경고한다.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라”며 “대통령 행세하려 하지 말고 상황 관리에 주력하면서 국정 안정에 집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황정아 대변인은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황을 봐야한다”라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탄핵안은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지금까지 드러난 범죄사실로도 (탄핵 요건이)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압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면 국무회의 개최가 어려워져 원하는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헌법상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15인 이상일 때 성사되는데, 현재 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석이라 국무위원은 16명만 남아있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되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구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에 사실상 여당임을 자임하면서 국정 공백을 초래했다는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날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국회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위 위원장을 당초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에서 민주당 박지원 의원으로 교체했다.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 불참을 선언한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23∼24일 실시하고, 27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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