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변론 나서려는 윤 대통령…여당 ‘계엄의 강’에 가두나
석동현 변호사 전날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 당당히 소신 피력할 것”
윤 대통령 헌재 심리에서 민심 심판 받은 계엄 정당성 강변 예상
민주당 “윤 대통령 입 열수록 민심 분노 불 지필 것” 반색
여당 일각 “헌재 결정 전까지 계엄 후폭풍 빠져나오기 어려워져”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직접 ‘셀프 변론’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비상계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여권 내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향후 수 개월 간 지속될 헌재 심리에서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민심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계엄의 강’에서 벗어나려는 여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구성에 관여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12·3 비상계엄이 위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민주당의 탄핵 남발, 예산 감축, 공직자 조롱 등에 대응하기 위한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변호인들보다 대통령 본인이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주장, 진술하실 것으로 예상한다”며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 당당하게 소신껏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도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인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검·경·공 수사와 헌재 심리 과정에서 육성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옳지 못한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여권으로선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탄핵안 가결 이후 한동훈 전 대표가 물러나고 ‘탄핵 반대 당론’을 주도한 친윤(친윤석열)계가 국민의힘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여론의 지탄을 받는 주장을 이어갈 경우, 비판의 화살은 윤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는 여당을 향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직접 출연’을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앞에서 부정선거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 이를 보는 시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라며 윤 대통령이 입을 열수록 탄핵 여론에 불을 지피면서 민주당엔 유리한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탄핵안 인용을 전제로 윤 대통령의 존재감을 서서히 약화시키면서 조기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여권으로서는 헌재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계엄 이슈에 엮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조기 대선 전까지 계엄 후폭풍을 약화시켜야 하는 게 당의 절박한 과제”라면서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뉴스를 지속적으로 만들 경우, 당 역시 계엄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과정을 언론과 일반인에게 공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법정 질서 유지를 위해 생중계는 하지 않는 대신, 추후 녹화영상을 제공키로 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