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좋아하는 아프리카를 부산 경제 파트너로…"
KMI, 한-아 수산 협력 보고서
공적개발원조 전담 부서 제안
수산물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
연근해 어업 등 이미 교류 늘어
수산물 수출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아프리카와의 수산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책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국내 고등어 최대 수출국인 아프리카와의 교역 확대는 부산공동어시장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발간한 ‘한-아프리카 국제수산협력 체계 개선 연구’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와 국제 수산 협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해양수산부 내 ‘국제수산협력팀‘ 같은 전담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전담 부서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컨트롤 타워를 맡는다면, 아프리카를 포함한 다양한 개발도상국과 수산 협력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양수산 분야에서 대표적인 국제 협력 사업으로 꼽히는 ODA의 규모는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7억 원 수준이던 ODA 예산은 올해 429억 원으로 11년 만에 약 25배 늘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해양수산부 국제협력총괄과는 해양수산 관련 국제 업무 전반을 다룬다. 이중 ODA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은 2명뿐이다.
현재 아프리카와의 수산 협력 수준도 낮다. 현재 아프리카 해역에서 활동 중인 단독·합작 선사는 16척에 불과하다. 여기에 정부의 유·무상 원조 사업과 KMI가 주관하는 한-아프리카 수산 포럼 정도가 전부다.
아프리카는 글로벌 수산물 수출 시장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산물 생산량과 어업 종사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대륙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의 수산물 생산량은 연평균 2.8% 증가했으며, 양식 어업 종사자 수는 20년 만에 2.7배로 늘었다. 그러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9.4kg으로 세계 평균(20.6kg)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ODA 사업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협력 수준을 높인다면 수산물 수출 판로를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리카는 국내 고등어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수산물수출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냉동 고등어 수출액은 5365만 9587달러(약 7000억 원)다. 이 중 가나,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3개국이 전체 수출액의 약 60%(3175만 1694달러)를 차지했다.
국내 고등어 80%를 위판하는 부산은 아프리카와의 교역이 더욱 중요한 경제적 기회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고등어의 상당수는 씨알이 작은 ‘망치고등어’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아 사료용으로 활용되던 품종이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아프리카가 이를 대거 수입하면서 수산업계는 실질적인 어업 소득 증가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국산 망치고등어는 러시아산과 일본산 고등어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수산업계는 정부 차원에서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수산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부 원양어선 위주로 교류가 이루어졌으나 최근 연근해 어업과 민간 파트너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 수산업은 다양한 업종과 기자재 활용 역량을 갖추고 있어 아프리카와의 협력이 강화된다면 부산을 포함한 국내 수산업계가 수출 시장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