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심리… 내년에도 지갑 닫을 듯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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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1000명 대상 리서치 진행
고물가·소득 감소 등 원인 지목
여행·외식·숙박 등서 감소 예상

소비 부진으로 내수 침체 장기화가 우려된다. 부산 부전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부산일보DB 소비 부진으로 내수 침체 장기화가 우려된다. 부산 부전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부산일보DB

내년 가계 소비지출이 올해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달 중순 모노리서치를 통해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19일 공개했는데, 응답자 53.0%가 내년 소비지출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소비지출 확대 응답은 47.0%였다.

조사 기간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환율 상승 등의 최근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음에도 지갑을 쉽게 열지 않겠다는 심리가 더 큰 만큼 내년에도 소비지출이 감소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소비 부진은 자영업자들의 소득 감소로 연결되는 만큼 내수 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지출 증감률을 묻는 말에선 ‘-5∼0%’ 구간이 최다 응답(20.4%)을 받았다. 증감률 전망치의 산술 평균값은 -1.6%였다. 소비지출이 올해보다 1.6% 줄어든다는 의미다.

소득별로 살펴보면 소득 1∼3분위(하위 60%)는 감소를 전망했지만, 4·5분위(상위 40%)는 소비 증가를 예상했다. 소비지출 증감률 전망치도 1분위 -6.3%, 2분위 -4.0%, 3분위 -0.1%, 4분위 1.1%, 5분위 1.2%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소득이 낮을수록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득수준에 반비례해 소비지출 감소 폭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소비지출 축소 이유로는 고물가 지속(44.0%), 소득 감소·실직 우려(15.5%), 세금·공과금 부담 증가(8.5%) 등이 꼽혔다. 소비 감소 품목으로는 여행·외식·숙박(17.6%), 여가·문화생활(15.2%), 의류·신발(14.9%) 순으로 지목됐다. 소비 증가 품목은 음식료품(23.1%), 주거비(18.0%), 생필품(11.5%) 등 경기 상황과 무관한 필수 소비재가 많았다. 필수품을 제외하면 구매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뜻이다.

소비에 영향을 끼칠 리스크를 묻자 고환율·고물가 지속(43.2%), 세금·공과금 부담 증가(16.4%), 자산 시장 위축(12.7%) 등이 지적됐다. 가계 형편이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42.2%)은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12.2%)의 3배가 넘었다. 정책 과제로는 물가·환율 안정(42.1%), 세금·공과금 부담 완화(20.1%), 금리 조절(11.3%) 등이 꼽혔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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