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7년간 끊임없이 연구하며 난임 치료에 매달려" 이상찬 세화병원장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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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번째 저서 발간
생명·건강·일상 이야기 모아
"난임 환자 마음 치료 가장 중요
고통·희망 나누는 동반자 역할"

이상찬 세화병원장은 “이번 책을 통해 수많은 난임 부부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찬 세화병원장은 “이번 책을 통해 수많은 난임 부부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난임 부부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하나의 마음으로 모든 정열을 쏟고 있다. 의료인이 할 수 있는 진료의 한 영역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난임 환자들과 고통과 희망을 나누는 동반자의 역할이 시대가 내게 준 사명감이 아닌가 싶다.”

난임 명의로 잘 알려진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이 최근 두 번째 저서 〈세상에 태어나 꽃이 되어라〉(미디어줌)를 발간했다.

앞서 2021년 첫 저서 〈쌍둥이를 원하십니까〉(미디어줌)를 발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공저인 〈난임 전문의 26인이 말하는 임신의 기술〉(희망마루)에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난임 전문의로서 남다른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책은 서문 ‘여는 강의’로 시작, 1부 꿈꾸다-의학 단상, 2부 틔우다-생명 이야기·언론 속 난임 정보·난임 QnA, 인터뷰와 좌담, 부록으로 피우다-세화병원이 걸어온 길 등 349페이지로 엮어졌다.

책에서 그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오직 난임 치료와 연구, 기술력 향상에만 매진해 온 자신을 두고 ‘원죄 있는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1980년대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하던 시절, 가족협회에서 근무하며 협회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정관 수술과 피임 수술을 숱하게 해 수많은 남성을 임신하지 못하게 만든 것에 대한 속죄의 마음이 컸다고 말한다. 그 후 마치 운명에 끌리듯 난임에 대한 희망의 빛을 발견한 그는 교수직을 던지고 나와 서울대학교병원과 뉴욕코넬대학병원에서 ‘시험관아기 및 난임 초청 펠로 과정’을 거쳐 1987년 ‘세화병원’을 설립, 지금까지 난임 전문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37년간 끊임없이 연구하며 난임 치료에 매달리다 보니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며 입소문이 나 전국에서 환자들이 그를 찾아오게 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지 않는다.

“어떤 부부는 수년간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도 임신이 안 돼 결국 입양을 하겠다기에 난임 진단서까지 떼어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덜컥 임신이 됐다는 소식을 전해오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생명의 탄생을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늘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이 병원장은 갖은 사연을 품은 난임 부부들을 만나며, 난임 여성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심신 상담 치료’도 전문성을 기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난임 치료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겨 온 그는 수십 년간 언론을 창구 삼아 솔직하게 써 내려온 생명, 건강, 일상 이야기들을 모아 이 책에 옮겼다.

그는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라는 조용필의 노래 가사를 듣고, 수십 년 동안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 여러 주제로 쓴 칼럼과 생각, 느낀 점, 기사화된 난임 정보와 소식들을 한곳에 모아 부족하고 미숙한 흔적을 책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병원장은 “비록 임신과 출산이 자연현상의 일부이자 신의 영역일지라도, 난임 부부와 난임 전문의가 희망을 품고 상호 신뢰하면 그 공간에서 임신의 싹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책을 통해 수많은 난임 부부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보조생식학회 윤리위원장과 한국발생생물학회 이사, 미국(ASRM), 유럽(ESHRE), 일본(JSRM)의 난임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장, 포럼신사고 대표, (사)목요학술회 이사 등 활발한 학술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병원장은 경험상 의사가 겸손하게 정성을 다해야 임신을 잘 시킬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의사와 환자가 얼마나 마음을 합치고 죽이 잘 맞는지가 중요해요. 마음의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의사가 잘해서 임신이 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알 수가 없어요.”

그는 “결국 난임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신을 위해서는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너무 집착하거나 긴장하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다량 분비돼 임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임신을 기대하지 않도록 하니까 오히려 임신이 잘 이뤄졌다는 이 병원장의 말은 새겨둘 만하다.

글·사진=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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