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장경숙 개인전 ‘원더풀 랜드’
내달 5일까지 리빈갤러리
일상의 소중함, 그림에 담아
연말 연초에는 이웃 친구 가족에게 덕담을 건넨다. 가장 무난한 “건강하세요”가 있고 이외에 주로 “대박 나세요” “돈벼락 맞으세요” “성공(합격)하세요”가 자주 사용된다. 사실 대다수 보통 사람은 대박날 일이 잘 생기지 않는다.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무사히 보냈단 것만으로 오늘은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온 국민을 잠 못 들게 한 비상계엄의 밤에 이어 대통령 탄핵, 내란 수사 등 여전히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 문득 어제와 같은 보통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된다.
동아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장경숙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동네 풍경을 그려 왔다.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로가 되는지 알려주고 싶었단다. 내달 5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리빈갤러리에서 열리는 장경숙 개인전 ‘Wonderful land’(원더풀 랜드)에선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가득한 30점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순간의 화려함보다 소박한 일상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장 작가가 직접 말한 전시 소개이다. 장 작가에게 주변의 친근한 것들은 모두 중요한 그림 소재가 된다. 집 앞마당, 숲속 캠핑장, 탁자 위에 놓인 간식과 찻잔, 마을 전경 등이 표현된 그의 작품에서는 현대인이 동경하는 ‘힐링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자칫 진부하게 보일 수 있지만, 장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장 작가는 “오래전 주택 앞 화단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여성의 모습을 보며 ‘일상의 평온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알게 됐다. 나의 작품이 보통 사람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치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상의 모습을 그리지만 장 작가의 작품에는 특징이 있다. 바로 금색의 사용이다. 작가에게 금색은 ‘절대적인 영원함’ ‘불변’이라는 의미가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일상의 기분 좋은 순간, 행복한 순간을 금색으로 표현해 기억하겠다는 뜻이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인 ‘Wonderful land’는 놀이공원처럼 변신한 마을의 풍경을 담고 있다. 마을 길은 롤러코스터 레일로 변했고 작은 저수지는 호수나 연못으로 변했다.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곳, 나의 일상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원더풀 랜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일상의 아기자기한 풍경과 반짝이는 금을 잘 사용한 장 작가의 작품은 패션업계, 출판계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았고 실제로 유명 식품회사의 달력 작업, 책 속 삽화 등에 여러 번 참여했다.
장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구상을 넘어 반구상과 추상의 시점으로 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 작가는 "일상에 자유로움을 더하려 한다. 추상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인 기법을 사용해 다양하고 확대된 화면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