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희망고문’ 시작? 거제 ‘해양플랜트산단’ 재선거 바람 타고 재점화
지난해 4월 SPC 해산 사실상 백지화
여당 예비후보 재추진 필요성 공론화
“기업 유치, 인구 유입 위해 꼭 필요”
현실성 희박, 사회적 갈등 우려 반론
국토교통부 딴죽에 하세월 하다 첫 삽도 못 뜨고 백지화한 경남 거제 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부산일보 2023년 4월 10일 자 11면 등 보도)이 거제시장 재선거 바람을 타고 재점화하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재추진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분위기다. 반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자칫 ‘희망고문’만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2 거제시장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박환기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지난 26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재추진 공론화’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거제 해양플랜트산단은 경남도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정부로부터 유치한 3개 특화산단 중 하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기존 산단과 달리 지자체와 실수요자, 금융·건설사가 손잡고 사업비 전액을 조달하는 국내 최초의 민간 투자 방식 국가산단으로 주목받았다.
실수요자조합인 강서산단(30%)을 중심으로 거제시(20%), SK에코플랜트·쌍용건설·대우조선해양건설(30%), 한국감정원(10%), 경남은행(10%)이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은 1조 7340억 원을 투자해 사곡만 301만㎡를 메운 뒤 472만㎡ 규모 해양플랜트 모듈생산 특화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거제시는 이를 토대로 2016년 국토부에 사업 계획 승인을 요청했지만, 조선업 장기 불황에다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해양플랜트 수요까지 줄면서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2017년 최대 난관 중 하나였던 공유수면매립 심의를 통과하고, 그해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까지 마무리하면서 탄력받는 듯했다.
그런데 마지막 관문이던, 국토부 중앙산업단지계획심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민간위원 22명 중 21명(5명 조건부)이 찬성 의견을 냈는데, 정작 국토부가 반대했다. 대기업 참여와 신뢰할 만한 자금조달 계획 등이 없다는 이유였다. 100% 민자 사업인 만큼보다 확실한 담보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여기에 대규모 바다 매립에 따른 환경단체 반발도 부담이 됐다.
설왕설래하는 사이 사업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2017년 7월 완료한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 기한(5년)이 만료돼 실효처리됐다. 결국 계속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SPC가 지난해 4월 법인을 해산하면서 사업도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그러나 사업권은 지금도 유효해 의지만 있다면 재개는 가능하다.
이를 두고 박 예비후보는 “조선업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 지금도 산업용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미래 성장 동력을 스스로 포기할 이유는 없다”면서 “재추진을 위해 시민들 중지를 다시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존 해양플랜트 산단은 확장성이 제한되는 만큼 조선업 미래로 손꼽히는 자율운항과 전동화 시대에 대응할 전력반도체 그리고 방산·우주항공을 아우르는 첨단산업 단지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조성 방식도 민간이 아닌 국가 주도 형태로 바꿔 공급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박 예비후보는 “첨단소재, 반도체 산업은 청년세대 고용 창출을 가져온다”면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오직 거제 미래를 위해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천종완 예비후보도 “거제엔 중견기업이 들어올 부지가 없다. 기업 유치와 인재 유입을 통해 지역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며 재추진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SPC가 해산한 탓에 사실상 거제시가 사업 주체가 돼 환경영향평가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고려할 때 또다시 ‘희망고문’이 될 공산이 크다”며 “괜히 헛물켜지 말고 지금 구상 중인 역세권 개발에 집중하는 게 나을 듯하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