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절대, 결단코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 줄리언 보저
대학교수였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우울한 외톨이 영감보다는 죽고 없는 아버지가 나을 게 분명하다”고 했다. 나치 오스트리아 난민이었던 아버지가 자라는 과정에서 함께해 주었던 위탁모에게 연락했을 때, 그녀는 “네 아버지가 나치 놈들에게 결국 당했다”고 말했다. 1983년, 아버지가 빈을 탈출한 지 45년이 지난 뒤에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오스트리아 빈에 살던 유대인들에게 나치의 오스트리아 합병은 지옥문이 열린 셈이었다. 빈의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를 먼저 영국 맨체스터로 탈출시킬 계획을 세우고 <맨체스터 가디언>에 광고를 게재한다. ‘훌륭한 빈 가문 출신의 제 아들, 총명한 11세 남자아이를 교육시켜 줄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이 신문에 실린 저자의 아버지 광고였다. <맨체스터 가디언> 광고에 실린 아이들의 수는 총 여든 명이었다고 한다.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에는 저자의 아버지 보비 버거 외에 일곱 명의 아이 사연이 더 등장한다. 저자가 <맨체스터 가디언>의 후신인 <가디언>의 기자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이 책은 이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탐색했다. 그들은 모두 평생을 복잡한 내면을 지닌 채 살았다. 저자의 아버지 또한 열한 살 겁에 질린 소년을 끝내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신들을 구해준 낯선 이의 도움을 죽을 때까지 감사했다. 한강 작가는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그러면서도 세상은 왜 이리 아름다운가”라는 말을 남겼다. 홀로코스트 학자 예후다 바우어는 “가해자가 되지도 말고 피해자가 되지도 말되 절대, 결단코 방관자가 되지도 말라”라고 말했다. 줄리언 보저 지음/김재성 옮김/뮤진트/420쪽/2만 3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