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소통대책 없이 공사하다 체증 가중…나흘 만에 철수한 울산 종건본부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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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로 3차로 600m 막고 공사
울산서 통행량 가장 많은 도로
체증 민원 빗발치자 공사 중단
도로 점용 관련 조례 위반 논란

울산시종합건설본부가 지난 6일 울산 북구 아산로에서 체증 민원이 잇따르자 도로배수시설 개선공사를 철수하고 있다. 울산시 CCTV 캡쳐. 울산시종합건설본부가 지난 6일 울산 북구 아산로에서 체증 민원이 잇따르자 도로배수시설 개선공사를 철수하고 있다. 울산시 CCTV 캡쳐.

울산시종합건설본부가 조례로 정한 교통소통대책을 세우지 않고 산업도로에서 공사를 강행하다가 극심한 교통 체증을 일으키고 나흘 만에 철수했다.

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종합건설본부(이하 종건)는 전날인 6일 오후 7시께 북구 아산로에서 하던 ‘도로배수시설 개선 공사’를 갑자기 중단, 인부 등을 철수시켰다. 아산로는 길이 4.8km, 너비 30m, 왕복 6차선으로 울산 중·남·북구와 동구를 연결하는 도로다.

종건은 당시 동구 방향 3차로를 600m가량 점거 중이었다. 종건은 6억 2000만 원을 들여 상습 침수 구역인 아산로 일대에 펌프장(가로 2m×세로 3m×높이 4m) 2대를 매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공사로 인해 출퇴근 시간대 교통 정체가 극심하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112로도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이 울산시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공사가 울산시 조례로 정한 교통소통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조례 위반 논란을 빚는다는 것. ‘울산광역시 도로점용공사장 교통소통대책에 관한 조례’는 상·하수도, 도로의 신개·설, 유지 관리 공사 등으로 15일을 초과해 도로와 인도를 점용할 경우 교통소통대책을 세우도록 규정한다. 교통소통대책은 ‘보행자와 자동차의 안전과 원활한 통행을 위해 교통영향 분석을 기초로 한 차량 흐름의 유도, 공사와 교통 안내표지 설치’ 등을 말한다. 이를 어기면 시가 시정명령을 하고, 명령도 지키지 않으면 관계기관에 고발한다. 서류상 공사 기간은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오는 3월 3일까지로 3개월이다. 실제 공사는 이달 3일부터 했다.

종건 관계자는 “애초 도로 점용 부분은 적정 공사 기간이 14일로 산출돼 교통소통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조만간 하루, 이틀 시험굴착을 해보고 교통소통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 긴급하게 공사를 하다 보니 면밀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공사를 하다가 민원이 빗발치니 공사 도중 뒤늦게 교통소통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종건이 행정 편의적이고 기계적 태도로 민원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산로는 울산 전체 도로 중 교통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각종 물류트럭, 화물운송차량, 출퇴근 승용차 등 하루 평균 8만 3391대(2023년 기준)가 통행한다. 종건이 도로 점용에 따른 교통 정체로 인한 민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아산로는 교통사고도 잦은 지역이어서 2015년 제한속도를 80km/h에서 70km/h로 낮췄다. 통행량이 많고 차량 속도가 빠르다 보니 사고 위험도 높다. 실제 지난 6일 오후 아산로를 지나던 택시 한 대가 전방주시 소홀로 이번 공사 구간에 놓인 시설물을 충돌하는 사고도 있었다.

종건이 도로 점용 적정 공사 기간을 ‘14일’로 산출했지만 교통 혼잡을 최소화한다는 조례 취지를 고려할 때 공사 전에 교통소통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로 점용 공사 기간을 딱 14일로 산출한 것도 검증이 필요하고 (조례) 규정과 불과 하루 차이가 난다면 각종 변수를 고려해 교통소통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주로 관급공사에서 일단 ‘하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잦은 설계 변경이나 깜깜이 (공사비) 증액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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