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추워도 할 일은 해야지. 누군가 분뇨 처리는 해야 하니까”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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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사북환경 대표
일명 ‘똥 퍼 아저씨’로 사상구 등 5개 업체 운영
새벽 4시부터 작업 남들에게 피해 줄어
직원들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길 노력
고향 쌀 구매, 2020년부터 각 구청에 기부


“우린 일거리가 생기면 가리지 않고 다 가서 해요. 추워도 할 일은 해야지. 누군가 분뇨 처리는 해야 하니까. 새벽 4시에 나와 가능한 남들이 불편하기 전에 끝내야 해요.”

이른 오전에 영하의 추운 날씨에 정우진 (주)사북환경 대표는 분뇨 처리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웃어 보였다. 그는 흔히 ‘똥통’으로 일컫는 정화조와 오수를 처리하는 회사 대표다. 사북환경과 새부산환경 등 부산 사상구 등에서 5개 업체를 운영하는 건실한 사업가다.

그는 ‘현대판 똥퍼 아저씨’다. 최근 직원의 퇴직으로 두 달간 분뇨 수거 현장에 직접 나섰다. 평소에도 가끔 작업에 동행하지만 추위에 더 힘든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함께 호스를 잡는다고 한다. 직원들은 경력 최소 20년 이상 베테랑이다.

옛날에는 정화소의 인분과 이물질을 삽으로 퍼 올렸지만, 요즘은 고성능 차량과 장비를 이용해 분뇨를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물티슈 사용이 늘어나면서 변기에 넣어 정화조에 들어가면 차량 고장과 건물 내 배관 막힘의 원인이 돼 역류가 발생해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방을 청소하듯, 정화조 똥통도 청소해야 합니다. 똥을 치우는 사람들, 혼자 감당하는 악취 이루어 다 말할 수 없죠.”

이들의 일과는 새벽 4시에 시작해 낮 12시 전에 마치기 일쑤다.

정 대표는 “사람들은 매일 똥을 싸지만, 그 똥이 어떻게 치워지는지 잘 모른다. 새벽에 일하고, 악취가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주의한다”며 “작업하는 동안에는, 식당이나 다른 곳을 가지 않는다. 혹여 갔다가는 냄새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핀잔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다 친지의 권유로 분뇨처리 회사를 인수했다. 2012년 부산 중구를 시작으로, 2017년 사상구와 북구, 2019년 서구 청에서 위탁받아 다른 업체와 나눠하거나 단독으로 분뇨 수거를 한다. 회사 이름도 사상구와 북구를 앞자를 합쳐 사북환경으로 지었다.

정 대표는 “분뇨처리 일을 처음 배울 때, 악취가 너무 힘들어 아무것도 못 먹었다. 하루 한 끼 밥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냄새를 못 이기니까 담배를 계속 태우고, 어디를 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어느새 직원들도 늙어가고 숙련자도 사라진다고 하소연한다.

“열악한 정화조 노동 현실에 젊은 사람이 들어와도 조금 있다 편하게 일하는 쪽으로 가 버립니다. 외국인도 이 일은 안 합니다. 그러니 직원 구하기도 어렵고 오랜 경험자도 사라집니다.”

정 대표는 또 버큠로리 차량을 제때 교체하지 못하면 노후 차량으로 인한 사고가 빈번해, 최근에 2억 5000만 원을 들여 버큠로리 차량 한 대를 새로 구입했다. 호수도 자주 교체하기도 한다.

그는 정화조 청소 회사를 운영하는 자신의 업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자신보다 어린 청년도 직업적 사명과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작업 환경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직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 좋겠어요. 지금이야 정화조 일이 돈이 안 되니 제일 못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지자체 지원으로 여건이 나아지면 좀 변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하며 일하고 있죠.”

전북 고창군 출신인 그는 이렇게 번 돈으로 고향에서 쌀을 꾸준히 구매해 고향 농산물 홍보와 부산 지역 이웃돕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지역 사회를 위한 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겠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해 고창산 쌀 1000포(3000만 원 상당)를 구해 부산 사상구청, 북구청, 중구청, 서구청, 사하구청, 강서구청, 해운대구청, 사랑의 열매 등 8개 기관에 기탁했다.

앞서 2022년에도 부산 지역 사회 이웃돕기에 고창산 쌀 400포를 전달했으며, 매년 고향 면민회와 면사무소에 각각 100만 원 씩을 후원했다.

그는 “부산 지역 이웃돕기에 고창산 우수한 쌀을 기탁함으로써, 지역 사회에도 기여하고, 고창산 우수한 농산물을 부산 지역에 알리는 기회도 가지고 싶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며 “겨울철 한파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든 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분명 똥을 향기롭게 처리하며 우리의 마음마저 정화해 주는 따뜻한 ‘똥퍼 아저씨’다.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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