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빙설경제(冰雪經濟)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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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에선 팔 가능성이 있고 조금이라도 돈이 될 수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상품’이 될 수 있다. 천연의 기후 환경도 예외가 아닌데, 그럼에도 실제 현실에서 이를 경험하게 된다면 신기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을 듯싶다.

지구에서 춥다고 이름난 곳이라면 일상적인 극한 날씨와 얼음(冰), 눈(雪)은 흔하디흔한 현상인데, 이를 블루 오션으로 여겨 ‘빙설경제(冰雪經濟)’ 육성이라는 새로운 꿈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는 곳이 있다. 눈과 얼음, 강추위를 스포츠나 여행, 관광과 결합해 하나의 경제 영역으로 삼는 빙설경제의 역동적인 모습이 펼쳐지고 있는 곳은 지금 한창 2025 동계 아시안게임이 진행 중인 중국 최북단 헤이룽장성의 성도인 하얼빈.

우리에겐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던 역사적인 장소로 잘 알려져 있지만 현재는 ‘얼음 왕국’, ‘겨울 왕국’으로 불리며 세계 3대 겨울 축제인 ‘국제 빙설제’가 열리는 도시로 더 유명하다. 하얼빈은 실제로 중국 내에서도 겨울이 유독 길고 추운 지역으로 꼽힌다. 11월부터 3월까지 월 평균기온이 영하이고, 혹한기에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추위와 눈과 얼음이 일상인 날씨는 자연스럽게 하얼빈을 겨울 스포츠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스키 스노보드 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겨울 스포츠가 활성화돼 일찍이 중국 내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 훈련지로 자리 잡았다. 동계 아시안게임도 벌써 1996년에 치른 바 있다.

올해 대회는 두 번째 동계 아시안게임인데, 대회 개최 자체보다 훨씬 더 큰 중국 정부의 계획이 담겨 있다. 남부에 비해 낙후된 동북부 지역의 도약을 이끌 성장동력으로 빙설경제를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겨울 스포츠의 중심지인 하얼빈으로선 최적의 방안이다. 동계 아시안게임과 겹쳐서 이달 말까지 열리는 국제 빙설제는 빙설경제의 쌍두마차인 셈이다. 작년 하얼빈의 국제 빙설제 관광객은 약 1억 8000만 명, 관광 수입은 46조 525억 원이었다. 중국 당국은 현재 약 200조 원인 국내 빙설경제의 규모를 2030년엔 약 300조 원까지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군사나 첨단 인공지능 부문에서 급부상 중인 중국이 경제 영역에서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굴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웃하고 있는 처지에서는 언뜻 경계와 두려움의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자신감이 있는 추진력과 역동성, 웅대한 계획은 아무래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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