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상법 개정, 중소기업 피해 커…논의 중단 요청”
‘경영권 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
지난해 경영권 분쟁 68% 중소기업
정치권에서 최근 논의되는 내용으로 상법을 고치면 중소기업이 경영 분쟁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발간한 ‘최근 경영권 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상장사 중 지난해 87곳에서 315건의 경영권 분쟁 소송이 일어났고, 이 가운데 59곳(68%)이 중소기업이라며 상법을 고치면 규모가 작은 이들 기업이 경영권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은 비교적 소액으로도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고, 지분구조가 단순한 경우 경영개입이 용이하며 분쟁 발생 시 대응 인력과 자금 등이 부족해 경영권 공격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모든 주주를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며 “이럴 경우 행동주의펀드 등의 경영개입 가능성을 높이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피해를 더 크게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공시한 87곳 가운데 중소기업의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2.7%에 불과했다. 대기업(29.9%)과 중견기업(34.5%)보다 낮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고, 분쟁 발생 시 방어 여건도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우호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어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아울러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가 도입될 경우,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경영권 공격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띄운 뒤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등의 행태를 부추길 수 있다고 봤다. 대한상의는 “개정안에 포함된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는 그 의미가 불분명해 주주들과의 분쟁을 늘리고 기업의 법적 예측 가능성을 감소시켜 경영 불안정성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법이 개정되면 특히 경영권 공격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부터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써야 할 재원을 경영권 방어에 허비하게 되기 때문에 창업으로부터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 육성과 경제활력 제고는 더 요원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 논의 중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합병 등 자본거래에 대해 주가 위주의 합병비율 산정방식을 개선하는 등 문제 사례별로 자본시장법에 구체적으로 핀셋 규제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