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노동시간 줄이고 주4일제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국민의힘 권영세 “이 대표 혼자서 말로만, 우클릭 한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지방차지대상 시상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며 ‘주4일 근무제 도입’을 제안한 것과 관련, 노동정책을 다시 전환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주장하며 ‘우클릭’에 나섰던 이 대표가 당 안팎의 반발에 다시 ‘좌클릭’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면서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착취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조차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수단이 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노동 정책에서 다시 좌클릭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자 국민의힘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설을 하는 이 대표를 향해 “(주52시간제에 대한)진심은 뭔가”, “고용의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소리쳤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잠시 연설을 중단하고 “잠깐만 기다려라. 품격을 지키라”고 대응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이날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제안했을 때도 여당 의원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살골이다” “법인카드 쓴 것부터 토해내라” “불체포특권 포기는 어떤가” 라고 외쳤다.

이 대표가 이번 연설에서 주4일 근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등을 제안한 데 대해선 정책 방향의 좌클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의 급격한 우클릭에 대해 당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자 다시 좌클릭으로 균형잡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이 대표가 최근 주52시간제 예외 인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이후 당 소속 의원들이 “반도체 기업의 위기는 근로시간과 무관하다”고 반박해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10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의 전매특허인 오락가락 정치가 점입가경”이라며 “이 대표가 52시간 예외조항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민주당 내부와 노조 등에서 반발하자 반도체 육성에 주 52시간 예외가 꼭 필요하냐고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결국 핵심 사항도 잘 모르는 채 당내 설득도 없이 이 대표 혼자서 말로만, 우클릭을 한 것”이라며 “이 정도면 또 한편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 집권플랜본부가 성장 정책을 공개하며 삼성전자급 기업 6곳을 키워내겠다고 주장했다”며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기축통화국이 된다고 했는데 여기에 필적하는 허언증”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선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조변석개의 정치, 이제 국민은 지쳤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 대표는 2023년 6월 19일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하고 3개월 뒤 9월 20일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달라’라고 했다”면서 “이제 더 이상 말만 믿을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연설은 화려한 수사로 가득 찼지만, 정작 국민이 듣고 싶은 실천 계획과 책임 있는 행동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