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영애 ‘원더풀 라이프’ 회장 “K시니어 당당한 아름다움 무대에서 보여줄 것”
시니어모델 봉사단체 창립 10주년
매년 부산시 행사 재능기부 패션쇼
50~80대 퇴직 교직원, 주부 등 32명
“한국 주최 해외 행사 무대 서고 싶어”
“전국 최초로 만든 시니어모델 봉사단체를 10년간 무사히 이끌어 와서 뿌듯합니다. 그동안 화합하고 협력하고 헌신해 준 회원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시니어모델 봉사단체 ‘원더풀 라이프’ 전영애 회장의 목소리에서 감격이 묻어났다. 그는 이 단체를 2015년 2월 창립했으며 회장을 맡아 열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이끌어 왔다. 사회 경험 없이 33년간 가정주부로 살다가 당시 이 단체를 만든 계기가 흥미롭다.
“2014년 6월 사회복지법인의 베이비부머 사회공헌 활동사업 상담사로 지원했어요. 당시 복지법인 담당자가 저를 보더니 모델 포스가 난다며, 부산시가 주최하는 실버패션쇼의 모델 지원을 권유했어요.”
숙명여대 무용학과 75학번인 전 회장은 워킹, 스피치 테스트를 거쳐 특기인 고전무용을 선보이며 실버패션쇼 모델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실버패션쇼 무대에 섰다. 색다르고 흥미로운 경험을 한 그는 패션쇼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실버 패션모델을 지속해서 할 방안을 생각하다가 아예 단체를 만들었다. 실버패션쇼 참가자, 지인들과 함께 2015년 2월 ‘원더풀 라이프’를 창단한 것이다.
“지난 10년은 저의 인생에서 가장 빛난 시간이었어요. 인생 후반부를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만든 것이죠.”
‘원더풀 라이프’는 창립 당시 50대부터 70대까지 회원 32명으로 출발했다. 지금도 회원은 50대부터 80대까지 32명이다. 퇴직 교직원, 사업가, 주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원더풀 라이프’는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7차례 패션쇼 무대에 섰다. 2023년 이후부터는 일 년에 3~4회 정도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부산시 주최 ‘시민의 날’ ’장애인의 날’ ‘불꽃축제’ ‘다문화가정 한마음대회’ 등 공공기관 행사 무대에 주로 섰다. 출연료를 받지 않고 재능기부 패션쇼를 선사해 행사를 빛낸다. 의상, 헤어, 장신구 등 패션쇼 준비에 필요한 모든 것은 자비 부담이다.
“10년간 경험이 축적되면서 회원들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무대를 즐깁니다. 15명의 원년 멤버들이 중심이 돼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젠 전문가 도움 없이 회원들이 헤어와 메이크업을 합니다.”
전 회장은 직접 무대 퍼포먼스 콘티를 짜고, 동작과 동선을 치밀하게 점검한다. 보통 25명이 패션쇼 무대에 출연하는데 한 사람이 30초를 넘기지 않게 구성한다.
“회원들이 모델로 활동하다 보니 몸매와 건강 관리에 더 신경을 씁니다. 항상 걸음걸이와 자세를 바르게 하고, 무대에서 화려한 맵시와 의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활력을 유지하면서 ‘액티브 시니어’로 당당하게 살고 있습니다.”
전 회장이 인생 후반부를 봉사로 설정한 배경에는 멘토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부친은 전해수 조양실업(주) 회장이다. 전해수 회장은 대한노인회 부산연합회 회장과 부회장을 20년간 맡으며 무보수로 봉사했다. 2010년부터 동아대에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전해수 회장은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아버지는 내 삶에서 커다란 울타리가 되어 주셨다. 아버지로부터 사회봉사 DNA를 물려받은 것 같다. 원더풀 라이프 설립 초기 패션쇼 무대에 서는데 아버지의 인맥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원더풀 라이프가 10주년으로 하나의 매듭을 지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해외 행사에서 재능기부 패션쇼 무대에 설 계획입니다. 국위를 선양하고 K시니어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패션쇼를 통해 보여주고 싶습니다.”
‘실버 세대의 롤모델’로 자리 잡은 전 회장은 수영구파크골프협회도 2018년 4월 창단해서 올해 1월까지 회장을 맡아 왔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