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줄부터 전기장판까지… 부산 바다 살리려 다이빙” [바다 인(人)스타]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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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해녀와바다' 대표

영도서 플로깅과 수중 정화 활동
매번 마대 수십 개 쓰레기 나와
해녀학교 교육받으며 관심 생겨
BBC 인터뷰 요청 등 주목 받아

해녀와바다 신영 대표가 <부산일보> 취재진과 만나 자세를 잡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해녀와바다 신영 대표가 <부산일보> 취재진과 만나 자세를 잡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홍합 속에서 낚싯줄이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는 전복에 스티로폼 가루가 묻어 있던 적도 있었어요. 전기장판이나 주차장 스토퍼 같은 기상천외한 쓰레기가 바다에 있는 걸 보면서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난해 1월 창립된 부산 해양 정화 단체 ‘해녀와바다’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플로깅과 수중 정화 활동을 통해 영도 앞바다를 청소하고 있다. 플로깅은 천천히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 운동을 뜻한다. 해녀와바다 신영 대표는 바다에 잠긴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는 물론, 길게 보면 우리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해녀와바다는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팀과 바닷속 쓰레기를 수거하는 수중 다이빙 팀으로 나뉜다. 플로깅 팀은 방파제와 해안가에 쌓인 페트병, 스티로폼 등을 정리하고, 다이빙 팀은 폐그물, 낚싯줄처럼 바닷속 깊이 가라앉은 쓰레기를 수거한다. 한 번의 활동에서 수거되는 쓰레기만 해도 마대 수십 개가 넘는다.

신 대표는 2022년 거제도 해녀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해양 정화에 관심을 두게 됐다. 처음에는 수산물을 채취하는 법을 배우러 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홍합이나 전복이 아닌, 폐플라스틱과 낚싯줄 같은 해양 쓰레기들이었다.

“처음엔 회사 동료 14명과 함께 작은 동호회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점점 가족, 친구,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동참하면서 지금은 170명 이상의 회원이 함께하는 환경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올해 6월에는 단체를 비영리 민간단체로 공식 등록해서 더 체계적인 활동을 이어가려 합니다.”

활동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장비와 예산 문제다. 현재 모든 장비는 회원들이 자비로 준비하고 있으며, 쓰레기를 담을 마대와 같은 기본 물품조차도 구청과 어촌계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영도구청과 어촌계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활동 규모가 커지면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다행히 단체 등록 후 환경재단과 정부 지원 사업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노력은 점차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시에서 개최한 ‘갓생림픽’에서 본선에 진출하며 활동을 인정받았다. 이 행사는 갓생을 실천하는 개인 및 단체를 선발해 환경, 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지속 가능한 활동을 조명하는 행사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영어 ‘갓(God)’과 ‘인생’을 합친 말로 부지런하고 성실한 태도로 목표를 이루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최근에는 영국 BBC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는 등 국제적인 주목도 받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영도를 넘어 해운대, 송정, 기장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싶어요. 또한, 해양 쓰레기의 무게와 종류를 자료화해서 환경 정책에 참고 자료를 제공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신영 대표는 앞으로도 ‘해녀와바다’가 지속 가능한 환경 단체로 성장하기를 꿈꾼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여 바다를 바꿀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활동에 공감하고 동참해 주길 바랍니다. 해양 정화와 해녀 문화의 계승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바다와 사람이 공존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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