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전기차 시대 개막… 3000만 원 안팎 모델 경쟁 본격화
가격 낮추고 안전·편의장치 확대
기아 EV4 콘셉트 스페인서 공개
폭스바겐·테슬라도 신차 준비 중
"수익 한계 탓 중대형 옮겨갈 듯"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진입장벽이 적은 2000만~3000만 원대 소형 전기차 모델 출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안전·편의 사양 고급화를 통해 전기차 수요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소형 전기차 출시 봇물
2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이번 주 스페인 타라고나에서 ‘2025 기아 EV 데이’를 열고 준중형 전기 세단 ‘EV4’와 소형 전기차 ‘EV2’ 콘셉트 모델, 목적기반차량(PBV) ‘PV5’ 등을 공개한다. 이 가운데 EV4와 EV2 콘셉트는 기아가 지난해 내놓은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3’의 후속 전기차다. EV3가 보조금 포함해 3000만 원대 초중반으로 구매가 가능한데, EV4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도 지난해 보조금 포함 2000만 원대로 구매할 수 있는 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아웃도어 요소를 가미한 ‘캐스퍼 일렉트릭 크로스’를 출시했다.
볼보차코리아는 첫 소형 전기 SUV ‘EX30’를 이달 국내 공식 출시했는데, 초도물량 500대가 완판됐다. 출시 2주 만에 시승 신청만 1만 600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중국 BYD(비야디)는 지난 1월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하며 보조금 포함 2900만 원 수준으로 구매할 수 전기 SUV ‘아토3’를 출시했다. 지커도 올 연말 국내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13일 볼프스부르크 본사에서 2027년 선보일 엔트리급 전기차 디자인을 공개했다. 엔트리급 전기차는 2만 유로(약 2990만 원)대로, 다음 달 콘셉트카가 공개된다. 이에 앞서 폭스바겐은 내년에 소형 전기 SUV ‘ID.2올’ 출시를 준비 중인데, 2만 5000유로(약 3600만 원)를 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테슬라도 이르면 올 상반기 소형 전기 해치백 ‘모델Q’(가칭)를 내놓는다. 작은 차급의 전기차로 가격은 3만 달러(약 4300만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기존 보급형 ‘모델3’(6331만 원)보다 1400만 원 저렴한 수준이다.
일본 혼다도 3만 달러 이하의 전기차 출시를 준비 중이며, 제너럴 모터스(GM)도 3만 달러를 넘지 않는 전기차 ‘볼트 EV’의 연내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안전·편의 사양, 플래그십 못지 않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소형 전기차의 안전·편의 사양 고급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기차 화재 등 각종 악재 속에 웬만해서는 소비자 유인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아는 EV3에 플래그십급의 사양들을 대거 적용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헤드업디스플레이, 최고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 실내외 V2L(전기차에 충전된 전력을 외부에 공급하는 기능), AI 어시스턴트,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이다. 또한 501km에 달하는 주행거리와 초고속 충전 시스템, 아이페달 3.0과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 등을 적용했다. 이 같은 상품성 덕분에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차’ 대상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했다.
EX30도 주행 중 주의 산만, 졸음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 예방 센서, 경사로 감속 주행 장치, 사각지대 경고, 조향 어시스트, T맵을 포함한 5세대(5G) 기반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음성 인식으로 전자 장치 작동시킬 수 있는 누구 오토 등으로 동급 대비 최고수준의 안전·편의 장치를 자랑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전기차로는 수익성에 한계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전성이 확보되면 글로벌 메이커들이 중대형 전기차로 라인업을 더욱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