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법 개정안'에 국힘·경제계 손 잡고 '대치'
민주당 '상법 개정안' 독주
국민의힘, 경제계 간담회 열고 비판
"자유시장 질서 흔드는 악질 법안"
이재명 "반대를 위한 반대" 강행 예고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강행하자, 이에 대응해 국민의힘과 경제계가 손을 맞잡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을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흔드는 악법”이라고 비판했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등 단체도 기업 경영 위축을 우려했다. 반면 거대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은 “이번 상법 개정안이야말로 선진자본시장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라며 본회의 처리를 예고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27일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과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거대 의석에 밀려 본회의 처리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과 경제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과 이사들의 투자 결정과 경영에 차질이 생겨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추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미래지향적 사업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게 하는 기업 발목 비틀기”라며 “정략적 표 계산만 따져가며 자유시장 경제 질서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악질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2500여 개의 상장사 문제를 해결한다며 100만 개가 넘는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메스가 필요한 수술에 도끼를 들이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단체들도 거들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가 주주로 확대된다면 이사들은 배임죄 등 소송 위협에 시달리면서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할 수가 없게 된다”며 “기업들은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소송이 무서워 과감한 투자 결정, 인수 합병, 연구개발(R&D) 등을 주저하게 돼 미래 먹거리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호소했다. 한경협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코스닥협회 등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 8단체는 무리한 상법 개정 대신 핀셋 처방식의 자본시장법 개정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여야에 전달했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민주당의 입장은 견고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상법 개정안 통과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선진자본시장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라며 상법 개정안 통과 속도전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상법 개정안은 정부 측 금감원장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심지어 대통령도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 하는데 왜 이제 와서 반대하나”라며 “집권 여당이 상임위에서 의결되기도 전에 거부권부터 들고나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이 제안한 정책은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는 자세로 어떻게 국정을 책임지겠나”라고 국민의힘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상법 개정안 통과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선진자본시장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자본시장이 확보될 때 경제 선순환이 만들어져 우리 기업과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고 고질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도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전력망확충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 등 ‘에너지 3법’이 의결됐다. 이들 법안은 지난 19일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바 있다. 이들 법안은 여야 합의로 의결된 법안인 만큼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