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시국에 골프 친 경찰 간부 8명에 ‘경고’
부산 모 경찰서장 등 직권 경고
동반한 경감급 6명, 주의·경고
“집회 비상근무 속 부적절” 지적
부산 경찰 간부들이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나흘 뒤 골프를 친 사안으로 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에 큰 충격을 준 사태 이후 집회가 시작된 주말에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이 골프를 친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관련 업무가 예고되지 않은 경찰들이 여가 차원에서 골프 라운딩에 나서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경찰청은 부산 한 경찰서 서장인 A 총경, 같은 경찰서 B 경정에게 직권 경고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직권 경고는 파면과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등 공무원 징계에는 해당하지 않는 훈계성 처분이다. 경찰청은 당시 A 총경 등과 함께 골프를 친 경감급 경찰 6명에 대해 주의와 경고 처분을 내렸다.
A 총경과 B 경정 등 경찰 8명은 지난해 12월 7일 경남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회식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경찰청 감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이 골프를 친 시기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나흘이 지난 시점으로, 부산을 포함한 서울 등에서 탄핵 관련 집회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부산진구 서면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 인파가 모여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퍼졌다. 전국 경찰 기동대 대원들은 집회 관리를 위해 주말마다 현장 관리에 나서야 했다.
일선 경찰들이 현장 집회에 동원되는 동안 경찰서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골프를 친 일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 후 첫 주말에 집회 관리에 나선 한 경찰은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달라도 우리 경찰들은 비상근무에 나섰던 상황”이라며 “우리는 이미 집회가 예고된 상태라 근무가 당연했지만, 일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고 말했다.
주말에 예고된 업무에서 빠진 게 아닌 만큼 골프를 치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다른 경찰은 “당시 정부와 경찰청에서 회식이나 골프를 자제하라는 지침이 있었던 건 아니다”며 “골프 친 경찰들은 주말에 예정된 업무가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치안 업무 자체가 지역에 따라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도 있다”며 “비상계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어도 여건에 따라 주말에 골프를 치는 게 징계를 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