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잔재 청산하자”…통영 ‘삼덕항’, 제 이름 ‘당포항’ 되찾나
일제 강점기 명칭 변경 국가어항 지정
“지역 정체성, 민족 자긍심 고려해야”
통영시가 일제 강점기 때 명칭이 변경된 산양읍 ‘삼덕항’ 제 이름 되찾기에 나섰다.
통영시는 삼덕항을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지닌 ‘당포항’으로 변경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4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삼덕항 본래 이름은 ‘당포항’이다. 당포는 ‘큰 포구’라는 뜻으로 1374년(고려 공민왕 23년) 최영 장군이 왜구 침입을 막기 위해 주민과 함께 당포성을 축성한 전략적 군사 요충지였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군 선박 21척을 격침한 당포해전 승전지이기도 하다. 당포승첩은 한산해전 승전 교두보 역할을 했던 중요한 전투다. 한산대첩을 앞둔 조선군은 이곳을 출정지 삼아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산대첩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고, 일제 강점기인 1914년 조선총독부 행정구역 개편으로 당포마을이 삼덕리에 포함되면서 지명도 바뀌었다. 이후 1991년 국가어항 승격 시 자연스레 어항명이 삼덕항으로 결정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일련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당포라는 지명은 지역 정체성과 민족적 자긍심을 상징하는 만큼 옛 명칭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통영시의회도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관계기관 의견 등을 취합해 최종적으로 해양수산부에 건의할 계획”이라며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닌 당포의 역사적 의미도 널리 알릴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