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고·특성화고 강화해 학생 선택권 늘려야
부산 지역 고교생 수 21.7% 차지
올해 개교 부산해군과학기술고
인증 기준 통과하면 부사관 임관
부산소프트웨어고, 높은 취업률 자랑
우수 교사진 확보해 경쟁력 높여야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부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고교 학점제’가 시작된다. 고교생들은 각자 적성과 특기를 파악해 대학 진학에 필요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여느 고등학교보다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고등학교가 있다. 바로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는 고등학교 때부터 분야별 전문가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성화고 전환, 반드시 가야 할 길
지난해 3월 기준 부산에는 총 142개 고교가 있다. 이 중 △일반고 91곳 △특성화고 32곳(직업계고 24곳 포함) △마이스터고 4곳 △일반·자율형 특수목적고 9곳 등이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41곳에 다니고 있는 학생 수는 각각 1529명과 1만 4001명 총 1만 5530명이다. 전체 고등학생 7만 1440명 중 21.7%에 달한다.
부산시교육청은 국가 기간 산업과 특수 분야 변화에 맞춰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교육 체제 변화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4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해군과학기술고는 첫 신입생 96명의 입학식을 열고 개교한다. 부산해군과학기술고는 옛 해운대공업고등학교가 해군 부사관 양성을 위해 전환된 특성화고다.
부산해군과학기술고는 해군기계과(3개 학급·48명)·해군전기전자과(3개 학급·48명)로 구성됐다. 부산해군과학기술고 학생들은 정해진 인증기준을 통과하면 졸업과 함께 100% 해군 부사관으로 임관하고, 장기 복무 기회를 얻게 된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무료로 생활하며, 교복·체육복·실습복, 급식비, 방과후교육비 등 전액 무료다. 우수 학생에게는 장학금도 주어진다. 시교육청은 “해군본부 예하 해군교육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등과 적극 협력해 대한민국 최정예 기술 부사관 양성을 위해 최고 수준의 교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특성화고 전환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부산항공고등학교를 개교했고, 내년 3월에는 부산항만물류고 개교를 앞두고 있다.
■기술·실력 갖춘 인재 양성 총력
부산 지역 4개 마이스터고 역시 기술과 실력, 인성까지 갖춘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에는 △부산자동차고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부산기계공업고 △부산해사고가 마이스터고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2021년 3월 개교한 부산 강서구 가락동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소프트웨어 분야 핵심 인재를 길러내며 예비 고등학생·학부모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는 특히 재학생들의 취업 지원에 힘쓰고 있다. 소프트웨어개발과·임베디드소프트웨어과 소속 각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책자로 제작했다. 해당 책자 내 학생별 QR코드를 입력하면 학생이 참가한 프로젝트와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언어·기술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학생들은 부산은 물론 소프트웨어 기업이 집중된 서울·수도권 대기업과 강소기업 등에 취업하며 좋은 취업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학교 김성율 교장은 “우수한 실력과 인성을 가진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학생들이 가진 IT·소프트웨어 역량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외에도 부산자동차고와 부산기계공고, 부산해사고는 각 영역에서 활동할 인재 양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예비 고교생 지원·관심 유도 필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예비 고교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눈여겨 보고, 자신의 진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현행 일반고 위주인 고입 체계에서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모집을 강화해 학생들의 고등학교 선택권을 더욱 보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고입 전형은 부산 지역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는 일반고 모집에 앞서 특별전형을 실시한다. 이후 ‘후기 모집’인 일반고와 특목고 전형이 치러진다. 일반고와 특목고 전형에서 일반고 진학 가능한 내신 상위 커트라인이 정해진다. 이후 해당 내신 커트라인에 들지 못한 학생들은 특성화고에 진학하고 있다.
진로진학 전문가인 부산일과학고 권혁제 교장은 “특성화고가 일반고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가는 학교라는 이미지가 거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고입 전형에서 일반고 내신 커트라인·합격 점수에 따라 특성화고 학생 모집이 결정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교장은 “학생들이 일반고 전형 전에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진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시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사진을 구축하는 것도 뒷받침돼야 한다. 교사진의 역량이 곧 재학생들의 역량으로 연결되는 곳이 바로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다.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김성율 교장은 “여러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가 우수한 강사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좋은 역량을 갖춘 강사진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