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싸움’ 울산시의회 법정공방 2라운드…8개월째 파행
후반기 의장 선거과정에서 ‘이중기표’ 발견
"선거 무효 인정하지만 의장은 의회서 판단"
재판부 애매한 1심 판결에 법정싸움 2라운드
8개월째 시의회 의장 공석... 피해는 시민에게
속보=울산시의회 파행 사태(부산일보 지난해 6월 28일 인터넷 보도 등)가 법원의 선고 이후 해법을 찾기는커녕 장기화할 공산이 커졌다.
시의장 자리를 둘러싼 의원 간 내홍이 재선거 논란과 항소로 결국 법정 공방 2라운드로 치닫는 상황이다.
4일 현재 울산시의회는 전국 지방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8개월째 의장이 공석이다.
여기에는 국민의힘 의원 간에 벌어진 감투 싸움과 당내 계파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6월 25일 울산시의회 제8대 후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나온 ‘이중 기표’가 발단이 됐다.
당시 국민의힘 이성룡 의원과 안수일 의원(현재 무소속)이 맞대결을 벌여 두 차례 투표에서 11대 11 동률을 기록했다. 3차 결선 투표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당시 울산시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20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2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시의회는 회의 규칙에 따라 선수(시의원 당선 횟수)에서 앞선 이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검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의원을 뽑은 투표지 중 두 번 표기된 ‘이중 기표’가 발견된 것.
시의장 선거 규정에는 ‘2개 이상 기표가 된 것을 무효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있다. 선거에서 패한 안 의원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의장 선출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걸고 ‘의장 선출 효력 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그 후 법원이 8월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울산시의회는 의장 없이 직무대리 체제로 꾸려왔다. 안 의원은 “시민에게 큰 불편을 안겼다”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지난달 1심 재판부는 ‘의장 선출 과정에서 시의회 측이 스스로 정한 규칙을 어긴 것은 잘못’이라며 선거 결과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누가 의장인지에 대한 판단은 법원이 아닌 의회에서 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시의회 의장을 다시 선거를 치러 뽑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민 울산시당위원장은 시의장 공백 문제를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고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과 시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5일 의원총회를 열고 ‘재선거 방침’을 시당 당론으로 논의한 뒤 오는 12일부터 예정된 3월 회기에서 의장 선출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탈당한 안수일 의원은 “재선거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수 의석을 점한 국민의힘이 재선거를 강행할 경우 탈당한 안 의원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법원의 1심 일부승소라는 판결을 부정하고 다수당이 힘의 논리로 재선거를 논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2심을 통해 저의 지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울산지법의 ‘의장 선출 결의 무효 확인 소송’ 1심 결과에 불복해 지난달 27일 항소한 상태다.
국민의힘이 재선거로 의장을 선출하더라도 안 의원이 재차 의장 선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또다시 상황은 원점이 된다.
이 같은 시의회 내부의 진흙탕 싸움에 울산 지역사회의 여론 또한 악화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장 공석으로 인한 시의회 파행이 제8대 후반기 임기 내내 이어질 우려가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하는 상황”이라며 “일련의 사태가 당사자와 국민의힘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직시하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사태 해결에 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