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다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 ‘해양 내비게이션’ 개발” 조홍래 맵시 공동대표
16년간 선장으로 전 세계 항해
해양 디지털기술 개발 뛰어들어
탄소 배출 관리 시스템도 구축
세계 바다 ‘데이터 연결’ 목표
자동차를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은 필수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은 어떨까? 부산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맵시(mapsea)’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해양 내비게이션을 개발했다. 선박 운항 시스템을 혁신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인 셈이다.
맵시를 이끄는 조홍래 공동대표는 누구보다도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다.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2020년까지 16년간 선장으로서 전 세계를 항해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박을 운항한 그는 바다의 생리에 대해 누구보다도 해박하다.
하지만 그의 항해는 순탄치 않았다. 2020년, 해외에서 항해 중 갑작스러운 안구 질환이 발생해 긴급 귀국했고, 결국 한쪽 눈을 잃었다. 오랜 꿈이었던 도선사로서의 길도 포기했다. 그는 급기야 충청도에서 귀촌 생활을 하며 새로운 삶을 고민했다. 조 대표는 “한동안 바다를 떠나 있었다”면서도 “주변에서 ‘재능을 썩히지 말라’는 격려를 많이 받았다”고 회고했다.
결국 그는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해양 디지털 기술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김지수 대표(공동대표)와 인연이 닿으며 맵시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맵시는 2020년에 설립된 해상 내비게이션 기술 기업이다. 기존 해양 내비게이션은 고가의 장비에 의존해 특정 선박에 고정된 형태로 운영됐다. 맵시는 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맵시는 선박 조종사에게 출항부터 도착까지 실시간 기상 정보와 최적 항로를 제공한다. 또한 육상의 운항 관리자는 선박의 위치와 속도를 원격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심지어 일반 승객도 자신이 탄 배의 실시간 이동 경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해상 교통의 투명성과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여기에 더해 해양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 예측 기능도 추가됐다. 덕분에 향후 몇 분 후의 이동 경로까지 분석할 수 있어 충돌 위험을 줄이고,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조 대표는 “만약 낚시를 좋아하신다면, 타고 갈 배를 검색해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목적지인 섬의 위치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며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이기 때문에 별도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만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터넷 연결이 어려울 수 있는 먼 바다로 나갈 때는 어떻게 될까. 조 대표는 이에 대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서비스가 곧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해역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맵시는 부산 본사와 서울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직원 수는 25명이다. 2020년 창업 당시 수천 만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2023년 8억 원, 2024년에는 15억 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 인도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맵시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맵시는 해상 내비게이션을 넘어, 핀테크를 접목해 탄소 배출 관리 시스템까지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해양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럽연합(EU)은 선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에 따라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조 대표는 “현재 국내 선사들이 부담해야 할 탄소세만 약 800억 원 규모”라며 “향후 몇 년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맵시는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탄소 배출권 거래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BNK부산은행과 IBK투자증권과 협력해, 국내 금융기관이 직접 탄소 배출권을 매입하고, 선사들이 이를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그는 “해운업은 금융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제 탄소 배출 관리도 하나의 경제 활동이 됐다”며 “이를 쉽고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금융과 기술을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고 말했다.
맵시는 해양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90만 척 이상의 선박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최적의 항해 경로, 안전 운항 모니터링, 선박 에너지 효율 개선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조 대표는 “전 세계 바다를 데이터로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며 “맵시가 글로벌 해양 산업의 필수 솔루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