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에 백기… 공중·해상 휴전에 광물협정 서명도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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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리더십 아래서 노력”
군사 지원 중단되자 긴급 진화
트럼프는 종전 협상 돌입 시사
신속한 진행 여부는 불확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키이우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키이우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결국 굴복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대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전면 중단하자 포로 교환을 비롯, 공중 및 해상에서의 휴전에 나설 뜻을 밝혔다. 또한 양국간 광물개발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서 “우리 가운데 누구도 끝없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신속히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며 “1단계로는 포로 석방과 공중에서의 휴전, 즉 미사일·장거리 드론·에너지와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 금지와 해상에서의 즉각적인 휴전을 즉시 시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단 러시아도 이에 동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휴전 방안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일간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의 공중·해상 및 에너지 인프라 부문에 대한 1개월 휴전 계획을 공동 제안했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원하는 광물 협정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이 협정을 더 큰 안보와 확실한 안보 보장을 향한 한 걸음으로 보고 있으며, 이 협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인 지 나흘 만에 나온 메시지다. 양국 대통령의 회담이 충격적 파행으로 끝난 뒤 미국이 즉각 가한 강한 압박에 긴급히 진화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군사 지원이 중단된 채 전쟁이 이어질 경우 우크라이나로선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원조가 중단되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미국의 패트리엇 방공망의 수리, 유지보수, 탄약 보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진지한 논의를 해 왔고, 그들이 평화를 이루기 위해 준비돼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받았다”고 밝혀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종전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신속한 종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점령지 반환과 전후 안보보장 등 쟁점에서 양측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엇갈리는 까닭에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아서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의 국경 회복을 원하지만, 러시아는 헤르손 등 현재 비점령 지역들도 러시아계가 다수 거주한다는 이유로 러시아 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다 유럽 각국이 전후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데도 반대해 왔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친러 행보로 서방의 대러 전선이 크게 흔들렸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가혹한 조건을 들이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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