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산지법원장부터 정유정 지휘 검사까지 변호사 새출발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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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전 법원장·송영인 부장검사
부산서 법률사무소 차리고 로펌행
각각 김덕교·박진웅 판사와 함께해

고위 법관과 부장검사 출신 전관이 부산에서 변호사로 옷을 갈아입었다. 박형준(사법연수원 23기) 전 부산지방법원장은 직접 법률사무소를 차렸고,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일명 ‘정유정 사건’을 지휘한 송영인(35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은 법무법인(로펌) 대표 변호사로 개업했다.

올해 부산 변호사 시장 최대 거물 중 한 명인 박 전 원장은 법률사무소 ‘단금’ 대표 변호사로 새출발한다. 박 변호사는 법원장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직접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통상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는 높은 몸값으로 로펌에 영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서 지난해 초 전상훈 전 부산지방법원장(22기)은 부산의 한 대형 로펌에 영입됐다. 박 변호사는 2021~2022년 부산지법 수석부장판사 근무 당시 인연을 맺었던 김덕교(38기) 전 부산고법 판사와 함께 사무실을 꾸렸다. 박 변호사는 “로펌에 들어가는 것보다 이번에 법원에서 나오는 김 판사와 합심해 사무실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27년간 부산·경남·울산에서만 ‘지역 법관(향판)’으로 지냈다. 그는 단금의 의미에 대해 “주역에 ‘두 사람의 마음을 함께 하면 그 힘이 능히 쇠붙이도 자를 수 있다’는 문구에서 비롯한 뜻”이라며 “고객과 깊은 신뢰, 강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법률적 문제를 단호하게 해결하는 강력한 법률 지원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법관 생활을 마치고 새롭게 출발하게 돼 매우 설레고, 고향 부산에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뜻깊다”며 “의뢰인과 한마음으로 최선의 해결책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영인(35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법무법인 ‘나침반’ 대표 변호사로 영입됐다. 그가 2023년 이끈 부산지검 강력범죄전담부는 정유정 자택 압수수색 당시 살인 계획 등이 적힌 핵심 증거인 메모를 입수했다. 송 변호사는 부산 양정동 모녀 살인 사건, 20대 친남매 할머니 존속 살해 사건 등 다양한 강력 사건을 지휘하기도 했다. 송 변호사는 “검찰에서 20여 년간 강력범죄, 성범죄, 중대재해, 노동 사건 등을 다루며 국민의 권익 보호와 정의 실현에 최선을 다해 왔다”며 “부산 첫 여성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로 사회적 약자에게 든든한 도움을 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와 함께 박진웅(31기) 부산고법 판사도 법무법인 나침반에 함께 합류했다.

통상 법원과 검찰 정기 인사 후인 연초에 부산에선 2~5명 정도 전관 변호사가 개업한다. 올해는 법관 3명, 검찰 3명 등 6명이 개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관 출신 변호사는 과거보다 영향력이 줄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법조계에선 여전히 전관 변호사 인기가 시들지 않고 있다고 본다. 고위 전관 변호사의 평균 수임료는 일반 변호사보다 3~4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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