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추진 14개 신규 댐 중 7개 중단…나머지 7개도 재검토
의령 가례천댐·거제 고현천댐·울산 회야강댐
부울경 지역 3개 댐 공론화 통해 최종 결정
필요성 낮고 주민 반대 많은 곳은 추진 중단
총 사업비, 4조 7000억→2조 원 수준 감소
‘14개 댐 신설’ 1년여 만에 절반 멈춰…정책 신뢰성↓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지난해 7월에 발표한 14개 신규 댐 중에서 7개 댐은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나머지 7개 댐은 기본 구상 및 공론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14개 신규 댐 가운데 7개를 중단하고, 나머지 7개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전 정부에서 발표한 14개 신규 댐 가운데 필요성이 낮고 지역 주민의 반대가 많은 7개 댐은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나머지 7개 댐은 지역 내 찬반 여론이 대립되거나 대안 검토 등이 필요해 기본 구상 및 공론화를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30일 밝혔다.
건설 추진이 중단되 7개 댐은 수입천댐(강원 양구), 단양천댐(충북 단양), 옥천댐(전남 순천), 동복천댐(전남 화순), 산기천댐(강원 삼척), 운문천댐(경북 청도), 용두천댐(경북 예천)이다.
환경부는 이재명 대통령 공약(홍수와 가뭄에 도움이 안 되고 주민도 원치 않는 신규 댐 설치 추진 폐기)에 따라 댐 신설 추진 여부를 재검토해 왔다. 동복천댐은 ‘기존 2개의 댐 사이 신규 댐 건설로 극심한 주민 반발’, 산기천댐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야 할 식수전용댐으로 국고 지원 불가’, 용두천댐과 운문천댐은 ‘더 나은 대안 존재’가 환경부가 밝힌 추진 중단 이유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6일 경남 의령군 가례천댐 후보지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는 부울경 지역 3개 댐을 비롯해 남은 7개 댐에 대해서도 추진을 확정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반대 목소리가 큰 충남 청양·부여군 지천댐과 경북 김천시 감천댐은 백지화를 포함해 기본 구상 용역으로 여러 대안을 검토해 추진 여부를 최종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기존 농업용 저수지 제방을 높여 만들기로 했던 경남 의령군 가례천댐과 경남 거제시 고현천댐의 경우 저수지에 수문을 설치해 홍수조절기능을 보완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한다. 울산 회야강댐과 전남 강진군 병영천댐은 계획된 규모가 적정한지 추가로 살펴보기로 했다.
경기 연천군 아미천댐에 대해서는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다목적댐으로 지을지 등 기능에 대해서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14개 댐의 용량을 다 합쳐도 소양강댐(29억㎥)의 11% 수준인 총 3억 3000만㎥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또 14개 신규 댐 추진 중단으로 당초 약 4조 7000억 원(추정) 규모의 사업비는 약 2조 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대안검토·공론화 과정에서 추가 절감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불과 1년여 전인 작년 7월 14개 댐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환경부는 ‘모든 대안을 검토한 결과 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환경부는 '자기반성’식 해명을 내놨다.
환경부는 “전 정부가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으로 신규 댐을 홍보했으나,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 홍수·가뭄에 대비하기엔 부족한 작은 댐을 여러 개 계획했다”면서 “지역에서 요구하는 물 수요에 대한 정밀한 대안 검토 없이 댐을 계획하거나 하천 정비 등 다른 대안보다 댐을 우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양수발전댐과 농업용 저수지 활용 방안은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한국수자원공사나 환경부에서 제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댐이 꼭 필요하다는 자료를 추가로 받지 못했다”면서 “(전 정부) 환경부가 수해나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댐이 필요한 지역에 의견을 조회했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후보지로 넣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댐 신설 추진을) 환경부나 수자원공사가 먼저 시작했는지, 대통령실 지시로 시작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등 전 정부 의사결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졌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수립 작업이 진행돼 왔으며, 이 과정에서 이수·치수 방안으로 댐도 검토됐다”면서 “이에 지자체 수요 조사를 실시, 수십 개 댐 신설 건의가 들어와, 그 가운데 14개를 후보지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1년여 만에 정책을 사실상 180도 뒤집으면서 환경부는 신뢰를 잃게 됐다. 이미 정권에 따라 4대강 정책이 반전을 거듭해온 터라 물 정책이 정치적으로만 결정된다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전 정부 댐 신설 결정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조처하겠다”면서 정책감사를 벌일 가능성도 열어뒀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