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계획 알고도 ‘침묵’ 조태용 구속… "증거 인멸 염려"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국회에 알리지 않아 직무 유기,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협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12일 구속됐다.
전날 조 전 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정치 관여 금지의 국정원법 위반, 직무 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기 전 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 계엄 선포 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이 또한 묵살했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국민의힘에만 제공했다. 반면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에 제공하지 않아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또 조 전 원장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을 하고,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등에 허위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도 있다.
조 전 원장은 앞서 증언과 답변서 등을 통해 계엄 선포 이전 대통령실에서 포고령 등 계엄 관련 문건을 못 봤고, 다른 국무위원들이 문건을 받는 것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중에 공개된 대통령 집무실 CCTV에는 문건을 받아보는 모습이 담겼다.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 등 증거인멸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홍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 내역을 공개한 이후 조 전 원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통화를 했고, 이후 비화폰 기록이 삭제됐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영장 심사에서도 영장에 적힌 혐의 전반을 부인했지만, 계엄 국무회의 당시 문건을 받지 않았다고 위증하고 허위로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에 대해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가 구속된 건 올 8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조 전 원장이 두 번째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