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퇴출 시 GDP 0.5% 오른다”
한국은행 ‘경제위기 이후 성장‘ 보고서
한계기업 중 퇴출 기업은 2%에 그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사옥 전경. 한국은행 제공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둔화 요인으로 한계기업을 제때 퇴출하지 못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우리 경제에서 한계기업의 정화가 이뤄지지 못하자, 신사업에도 금융 지원이 제공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퇴출 고위험 기업이 실제 퇴출되고 산업 내 정상기업으로 대체됐다면 국내 투자는 3.3%, 국내총생산(GDP)은 0.5% 증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9년 기간 동안 퇴출 고위험 기업의 비중은 전체 표본의 3.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실제 퇴출된 기업은 2%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 한은은 12만여 개 외감·비외감 기업의 재무 정보와 퇴출 여부를 포함하는 기업 패널데이터를 활용했다.
보고서는 1970년 석유파동 당시 성장률이 급락한 뒤 이전 추세를 웃도는 수준으로 회복했던 점과 달리, 이후 찾아온 경제위기에는 이전 성장세를 되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칠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단계적으로 하락했다. 국면별로 살펴보면 1990~1997년 대비 2000~2007년 성장률 하락 폭은 연평균 2.8%포인트(P)였다. 2000~2007년과 2011~2019년을 비교하면 2.6%P, 2011~2019년과 2022~2024년의 하락 폭은 1%P다.
한은은 저생산성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신생기업들의 원활한 진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은 부유신 조사총괄팀 과장은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는 기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투자 부진에서 비롯됐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경제의 정화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성장 추세의 둔화가 심화됐다”며 “금융 지원을 하더라도 기업의 원활한 시장 진입·퇴출을 통해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 과장은 “주력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등에 더해 규제 완화로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제품·서비스 수요를 창출해 경제의 미래 동력을 지속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