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 포기에 ‘자세한 입장’은 없었다… 검찰 떠난 노만석 총장 대행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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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행, 14일 퇴임식 열고 검찰 떠나
법무부 외압 의혹에 구체적 설명 없어
정부·야당 검찰 개혁 방향 우회적 비판

퇴임식을 마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며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퇴임식을 마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며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여파로 사퇴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사법연수원 29기·대검찰청 차장검사)이 퇴임식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사의를 표명할 당시 퇴임식에서 자세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법무부 외압 의혹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대신 그는 “충분한 논의 없이 검찰청 폐지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검찰 개혁 방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노 대행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수사와 공소 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에 대한 책임을 우선 본인에게 돌린 셈이다.

다만 항소 포기 배경에 법무부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노 대행은 대검 과장들과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29기)이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며 “모두 항소를 포기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하며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퇴임식을 마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퇴임식을 마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신 노 대행은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검찰 개혁 방향에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청 폐지에 이어 보완수사권 박탈 등에 반대하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최근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법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한 진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사사법 체계의 중대한 변화로 국민이 겪을 불편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단순히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 체계 개편 논의에서 국민의 선택권은 존중돼야 한다”며 “국민들께서 일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던 곳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있는 검찰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사건을 살펴봐 주길 바라진 않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노 대행은 이날 대검 본관에서 비공개 퇴임식을 가진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노 대행은 이날 대검 본관에서 비공개 퇴임식을 가진다. 연합뉴스

검사 징계 논의를 멈춰달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노 대행은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논의 등은 부디 멈춰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을 ‘정치 검사 항명’으로 규정해 ‘검찰청법 개정안(검찰파면법)’을 추진하는 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겠다”고 밝힌 데 우려를 보인 셈이다.

노 대행은 “검찰 구성원들이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내부적으로 전한 것”이라며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 된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성원해달라”고 말했다.

노 대행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결정한 이후 검찰 내외부에서 거센 압박을 받아 사퇴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이 지난 7월 중도 퇴진하면서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지 넉 달 만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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