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한국영화 3편 나란히 출격… 대형 외화 맞대결 피한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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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연출작 ‘윗집 사람들’부터
‘콘크리트’ 세계관 ‘콘크리트 마켓’
허성태 코믹 도전 ‘정보원’ 등 개봉

영화 ‘윗집 사람들’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 ‘윗집 사람들’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12월 극장가에 중급 규모 한국영화가 하나둘 출격을 알리고 있다. 영화 ‘윗집 사람들’ ‘콘크리트 마켓’ ‘정보원’ 등 세 편이 다음 달 3일 같은 날 개봉을 알리며 연말 라인업을 완성했다. 보통 연말 극장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엔 한국영화계 최대 성수기로 불렸지만, 제작 위축과 투자 공백이 이어지며 더이상 ‘대목’ 역할을 하지 못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연말 극장가가 할리우드 대작이 선점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한국영화는 전략적 배치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12월 3일 개봉하는 작품 중 가장 주목받는 한국영화는 ‘윗집 사람들’이다. 하정우가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에 이어 선보이는 네 번째 연출작이다. 이 작품은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던 두 부부가 하룻밤 식사를 함께하게 되며 벌어지는 예측 불허 상황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배우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 등이 출연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스페셜 프리미어로 초청됐고,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도 ‘리프 어너러리 어워드’를 수상하며 먼저 주목받았다. 다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관객층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흥행 변수다.

같은 날 스크린에 걸리는 ‘콘크리트 마켓’은 대지진 이후 생존을 위한 물품 거래가 벌어지는 아파트 시장을 배경으로 한 재난 드라마다. 홍경과 이재인이 주연을 맡아 캐릭터 변신을 한다. 홍경은 재난 이후 시장 권력을 쥔 인물의 오른팔 역할을, 이재인은 시장 질서를 흔드는 의문의 인물을 연기한다. 작품은 당초 OTT 시리즈로 제작됐지만, 극장용 포맷으로 재편해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을 확정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황야’로 이어진 세계관의 확장선이라는 점에서 기존 팬층의 기대가 높다.

영화 ‘콘크리트 마켓’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콘크리트 마켓’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정보원’ 스틸컷. 영화특별시 SMC 제공 영화 ‘정보원’ 스틸컷. 영화특별시 SMC 제공

코미디 장르인 ‘정보원’도 이날 극장가에 합류한다. 배우 허성태, 조복래가 각각 왕년의 에이스 형사와 정보 거래 브로커로 출연해 코믹한 공조 수사를 벌인다. ‘정보원’은 제24회 뉴욕아시안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돼 해외 관객에게 먼저 선보였다. 장르적으로 가볍고 빠른 호흡으로 극장을 찾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을 겨냥한다. 그간 강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허성태는 이번엔 능청스러운 코미디 속 인간적인 면모를 선보이며 기존 이미지와 다른 변신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들 작품이 한날에 몰린 배경에는 12월 17일 개봉하는 ‘아바타: 불과 재’(이하 아바타3)의 영향이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3’은 국내에서 1·2편 모두 천만을 넘어선 프랜차이즈 영화다. 영화계에선 신작 역시 IMAX·4DX 등 특수관 중심으로 관객을 동원하면서 신작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주토피아2’ ‘위키드2’ 등 해외 인기 신작이 올 연말 대거 개봉할 예정이라 경쟁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한편 연말 후반부는 멜로 장르가 스크린을 채운다. 추영우, 신시아 주연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을 논의 중이다. 구교환과 문가영이 나선 ‘만약에 우리’는 12월 31일에 극장 관객을 찾는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이번 연말 라인업은 외화 프랜차이즈 강세 사이에서 한국영화가 선택할 수 있는 제한된 전략을 보여준다”며 “변화한 극장가 환경 속에서 어떤 작품이 관객 선택을 받을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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