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바꾸는 부산] 고립 가구의 단절된 삶, 돌봄으로 다시 잇는다
3 - 황승호 사직종합사회복지관장 · 서미라 절영종합사회복지관장
주민 참여로 고립가구 발굴 ‘동래이웃’
3년간 243명 찾아 관계 기반 돌봄
심리·정서 회복 중심 ‘영도 희망노크’
관계 회복 통해 일상 회복 이끌어내
부산 사직종합사회복지관 황승호(왼쪽) 관장과 절영종합사회복지관 서미라 관장. 부산사랑의열매 제공
부산에서는 2024년 기준 367명이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다. 늘어나는 1인 가구 속에서 ‘고립’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부산사랑의열매) 지원으로 지역 복지관들이 발굴과 회복을 잇는 돌봄 체계를 구축하며 현장의 답을 만들어가고 있다.
동래구 사직종합사회복지관 황승호 관장은 “고립가구는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주민이 직접 찾아내고 관계를 맺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립가구는 외부와 단절된 채 장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먼저 찾아내지 않으면 지원 자체가 이뤄지기 어렵다. 황 관장은 “건강·경제·정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초기 개입이 늦어질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직종합사회복지관은 부산사랑의열매 지원으로 ‘동래이웃’ 사업을 운영하며 주민 참여 기반 발굴 체계를 형성했다. 우편물이 쌓인 가구를 확인하거나 문고리 홍보지를 활용하는 등 생활 밀착형 방식으로 접근했고, 주민이 직접 안부를 확인하며 관계를 이어갔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243명의 고립가구를 발굴했다.
황 관장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주민이 주체가 되는 상호돌봄 구조를 만든 것이 핵심”이라며 “관계 형성을 기반으로 해야 고립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관계가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가 나타났다. 전세사기 피해 이후 외부와 단절됐던 한 중장년 1인가구는 주민의 지속적인 방문을 계기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후 주거환경 개선과 생활 지원이 이어졌고, 현재는 재취업을 준비하며 일상을 회복해가고 있다. 그는 “이웃이 계속 찾아와 준 덕분에 다시 밖으로 나가볼 용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영도구 절영종합사회복지관 서미라 관장은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정서적 단절과 심리적 고통이 함께 작용한다”며 고립의 또 다른 측면으로 ‘심리·정서 문제’를 짚었다. 외로움과 우울, 무력감이 누적되면서 일상이 무너지고, 결국 다시 고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서 관장은 “관계 맺기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한 접촉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절영종합사회복지관은 부산사랑의열매 지원으로 ‘영도 희망노크’ 사업을 운영하며 발굴과 함께 심리 회복에 초점을 맞춘 돌봄 체계를 만들었다. 주민 발굴단이 관계를 형성하고, 바우처 지원과 정서 프로그램을 결합해 일상 회복을 돕는 방식이다.
서 관장은 “서로 관계가 쌓이지 않으면 변화도 이어지기 어렵다”며 “시간을 들여 신뢰를 만드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은 관계 변화는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오랜 기간 외부와 단절됐던 한 독거노인은 복지관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처음으로 도움을 요청했고, 병원 치료를 받으며 일상을 회복했다. 그는 “이제는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싶다”며 이웃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서 관장은 “가장 강력한 안전망은 결국 사람”이라며 “안부를 묻는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으로 다시 나올 수 있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부산사랑의열매가 3년간 이어온 지원은 이 같은 변화를 가능하게 한 기반이 됐다. 단발성 지원을 넘어 발굴과 회복을 각각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돌봄이 지역 안에서 자리 잡고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