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해운대 모래축제 작품 훼손…”성숙한 시민 의식, 대책 절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70대 남성, 모래 조각 작품 훼손해 입건
러시아 유명 작가 '바다의 어머니들' 철거 돼
"잇따르는 작품 훼손, 축제의 질 떨어뜨려"

지난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해운대 모래축제에 출품된 모래 조각 작품이 70대 남성에 의해 훼손됐다. 사진은 작품이 철거된 이후 지난 22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 전시장에 훼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 김동우 기자 friend@ 지난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해운대 모래축제에 출품된 모래 조각 작품이 70대 남성에 의해 훼손됐다. 사진은 작품이 철거된 이후 지난 22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 전시장에 훼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 김동우 기자 friend@

메년 100만 명이 찾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래 축제 ‘부산 해운대 모래축제’에서 전시 작품 훼손이 잇따르고 있다. 작품 보호는 축제의 신뢰는 물론 도시 이미지와 직결되는만큼, 작품 훼손 방지를 위한 성숙한 시민 의식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역 문화계와 관광 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해운대 모래축제에 전시 중인 작품 ‘바다의 어머니들’의 얼굴이 21일 훼손됐다. 김동우 기자 friend@ 해운대 모래축제에 전시 중인 작품 ‘바다의 어머니들’의 얼굴이 21일 훼손됐다. 김동우 기자 friend@

24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전시 중인 모래 조각 작품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70대 남성 A 씨가 입건(부산닷컴 5월 22일 보도)됐다. A 씨는 이날 오후 4시께 작품 주변 출입 통제선을 넘고 들어가 알루미늄 목발을 휘둘러 여성 형상의 조각상 얼굴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의 범행으로 잠수경을 이마에 걸친 여성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뭉개졌다. 경찰은 A 씨 등을 상대로 범행 동기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지난 21일 얼굴이 훼손된 모래 조각 작품 ‘바다의 어머니들’의 원래 모습. 부산 해운대구청 제공 지난 21일 얼굴이 훼손된 모래 조각 작품 ‘바다의 어머니들’의 원래 모습. 부산 해운대구청 제공

A 씨가 훼손한 작품은 러시아의 유명 모래 조각 작가 일리야 필리몬체프(Ilya Filimontsev)의 ‘바다의 어머니들’이다. 이 작품은 지난 15일 개막한 2026 해운대 모래축제에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출품한 모래 조각 17점 중 하나다. 물질하는 해녀, 생선 파는 자갈치 아지매 등으로 대표되는 부산 어머니의 강인함을 표현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축제를 주관한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이 작품 제작과 설치에는 약 800만 원이 들었다.

구청은 작품 보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다음날인 지난 22일 철거했다. 현재 작품이 전시됐던 자리에는 온전한 모습의 작품 사진과 함께 “한순간의 잘못된 행동이 작가의 노력과 관람객의 추억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하는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걸렸다.

이날 또 다른 작품도 훼손됐다. 8m 높이의 모래 전망대 벽에 새겨진 사찰 건물과 해변열차 형체 일부가 파손된 상태다. CCTV를 분석한 구청은 지난 20일 오전 5시께 남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작품을 훼손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구청은 해당 작품을 복구하는 한편 경찰에 수사도 의뢰할 방침이다.

모래축제에서의 작품이 훼손되는 사례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22년 4월에도 40대 B 씨 등 남성 2명이 작업 중인 모래조각 작품 위로 올라가 작품을 훼손했다. 이들은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해당 남성들은 “술에 취해 작품 위에 올라갔다”며 잘못을 시인한 뒤 구청에 500만 원을 배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피해를 배상했다는 점을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모래축제 현장에서 작품 훼손이 잇따르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다. 작품 주변에는 출입 통제선이 설치돼 있지만 성인 남성의 허리 높이보다 낮아 예방 실효성이 떨어진다. 주변에서 캐치볼이나 발리볼 등 공놀이를 즐기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어 날아드는 공에 작품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순찰 인력 4명이 배치되지만, 시야에서 벗어난 곳에서 벌어지는 돌발 행동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주간 시간대엔 별도의 통제 인력마저 없다.

해운대구청은 관람객들의 요청으로 축제 종료 후 전시 기간을 더 늘렸는데, 작품 훼손이 잇따르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번 사건으로 구청은 다음 달 14일 전시 종료까지 순찰 인력을 줄이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다. 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전시품 외부에 투명 아크릴 보호막을 설치하는 방안 등도 검토했지만 많은 비용이 들어 포기했다”며 “추가적인 훼손 방지 대책도 검토하고 있지만 전시가 끝나면 허물어 철거하는 작품 보호에 어느 정도까지 지출해야 하는지는 딜레마”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숙한 시민 의식과 함께 대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영산대학교 오창호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작품 훼손이 반복되면 행사 관리에 대한 신뢰가 낮아져 작가들이 출품을 꺼리면서 결과적으로 축제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나아가 도시 이미지도 타격을 입는다”며 “모래 조각 작품을 포함해 공공 조형물 훼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그 내용을 관람객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작품 주변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21회째인 해운대 모래축제는 지난 18일 끝났다. 작품은 다음 달 14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전시된다. 구청에 따르면 이번 모래축제 기간 약 100만 명이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해 보다 7만 명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번 축제에는 예산이 약 7억 8000만 원 들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스마트폰 영상제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