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영례 부산 사하구청 평생학습계장 “제 붓글씨에 누군가 기뻐한다면 그 또한 행복이죠”
공직생활 31년에 경력 40년 서예가
공무원 미술대전·청남서예대상 입상
작품 복지시설 기증, 재능기부 활동
“서예는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입니다. 손글씨 문화는 줄어들고 있지만, 붓 끝에 담긴 온기만큼은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산 사하구청 평생학습과에서 근무하는 곽영례(54) 계장은 올해로 공직 생활 31년 차 공무원이자 붓을 잡은 지 40년이 넘은 서예가다. 업무를 마친 뒤에도 그는 매일같이 먹을 갈고 붓을 든다. 글씨를 쓰고 돌에 글자를 새기며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그의 일상 한편을 채우고 있다.
곽 계장은 2023년 열린 ‘공무원 미술대전’ 한문 서예 부문에서 인사혁신처장상 등을 포함해 15년간 총 7차례 입상했다. 내년 열리는 미술대전에도 작품 출품을 준비 중이다. 청남서예대상 전국휘호대회에서 대상, 전국서도민전과 부산서예전람회에서도 입상하며 초대작가로 3곳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시 공무원 서예 동아리인 ‘시묵회’ 창립 초기부터 활동해 온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그가 처음 붓을 잡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새 학기를 앞두고 친구 아버지가 달력 종이로 책 겉표지를 만들어주고, 그 위에 붓글씨로 ‘국어’ ‘산수’ 같은 과목명을 적어준 경험이 계기가 됐다.
곽 계장은 “당시 또박또박 적힌 붓글씨가 참 단아하고 멋있어 보였다”고 떠올리며 “그 후로 서예에 매료돼 지금까지도 반려취미로 ‘붓 맛’을 느끼고 있다”고 웃었다. 이후 중·고등학교 서예 동아리 활동을 이어갔고, 부산 수산대학교(현 국립부경대학교) 재학 시절 서예 동아리 ‘수향회’에서 활동했다.
취미로 이어오던 서예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인 2002년부터 본격적인 배움으로 확장됐다. 서실을 다니며 사사했고, 2005년부터는 돌에 글자를 새기는 전각 작업에도 빠져들었다. 손바닥만 한 돌 위에 글씨를 새겨 넣는 작업은 섬세함과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는 “한 획 한 획 새기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그의 호는 ‘이연(怡然)’이다. ‘기쁠 이(怡)’, ‘그러할 연(然)’자를 쓴다. 생후 9개월 무렵 허리를 다쳐 장애를 갖게 됐지만 늘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뜻을 담았다.
곽 계장의 작품 활동은 전시장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입상 작품 일부는 복지시설에 기증됐다. 취약계층 아동 지원 프로그램 ‘드림스타트’와 모교 동아리 후배들을 위한 서예 강의 등 재능기부 활동을 해오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은 선물도 그의 오랜 습관이다. 동료 공무원이 승진하면 직접 이름이 새겨진 결재 도장을 만들어주고, 해마다 입춘첩과 연하장을 손글씨로 써서 주변에 전한다. 그는 “일상에서 잠깐의 순간이라도 누군가가 기분 좋아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웃었다.
그는 퇴직 이후에도 붓을 놓을 생각이 없다. 곽 계장은 “서예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제 삶의 일부가 됐다”며 “퇴직 후에도 직접 쓰는 글씨를 통해 통해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