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핵 침묵…北, '하나의 중국' 강조
비핵화 언급 없이 전략 협력만 강조한 북중 정상
북한, 대만 문제서 ‘하나의 중국’ 공개 지지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 더 선명해질 듯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여 지난 8일 평양체육관에서 공연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비핵화는 빠지고 대만 문제는 전면에 등장했다. 7년 만에 성사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략적 협력 강화를 약속했지만,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은 의제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대신 북한은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를 공개 천명했다. 북중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선택한 의제와 메시지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며 동북아 안보 지형을 ‘신냉전 체제’로 밀어 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평양에서 열린 연회에서 “올해 중조(북중)관계는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전날 공개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회담 결과에서 북한 비핵화나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시 주석이 말하는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을 풀이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지난달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양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중국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이 기조가 이번 북중 회담까지 이어졌다. 미국의 일방적인 ‘북한 비핵화’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묵시적으로 내비치는 동시에 북한을 향해서는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을 상대할 때 중국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중국의 핵심 외교목표로 꼽히는 대만 문제에서 확실하게 중국 편을 드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조중 관계 발전을 국가의 가장 중대한 제1전략사업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조선은 앞으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중국이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취하는 정책과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최근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확대하며 북러 밀착 행보를 이어온 북한이 중러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넘어 다시금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에 더 가까워지는 양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역시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을 자국 중심의 지역 전략 구상 안에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기대했던 중국의 ‘건설적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중 정상회담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보다는 한미일과 북중러가 맞서는 대립 구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귀결되면서, 정부가 복원을 강조해 온 대중 외교 역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관측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