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에서도 “불가능”이라는데…“재선거” 연일 외치는 장동혁
9일에도 기자회견 열어 “전국 재선거가 최선” 반복
그러나 당권파 가까운 정점식도 “현행법상 불가능”
전국 재선거 오히려 정상적 투표마저 ‘오염’ 우려
사퇴 압박 속 2030 분노 편승해 당권 유지 의도 비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9일 국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득표수 논란에 관한 현안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 9일에도 ‘지방선거 전면 재실시’를 거듭 주장했지만, 당내 전반적인 기류는 ‘법적,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다. 심지어 당권파에 가까운 인사들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당권파 지도부가 당내 여론 수렴 없이 ‘독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하루라도 빨리 전국 재선거를 실시하는 게 작금의 혼란을 해결하는 최선의 길”이라며 “즉각 재선거 실시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당내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참정권 박탈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사전투표”라면서 “본투표 날짜를 늘리고 사전투표제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도 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의 사전투표 폐지론을 재차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번 참정권 훼손 사태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그 해결 방안으로 전면 재선거를 주장하는 데에는 계파에 관계 없이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른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권파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정점식 의원은 전면 재선거에 대해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며 “투표지 부족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였는지가 먼저 검증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시 당권파에 가까운 나경원 의원도 전날 재선거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현행 공직선거법과 기존 판례에 비춰보면 재선거는 원천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있기 어렵다는 것이 저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전면 재선거 요구가 장 대표의 당초 주장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대표 등은 투표일 당시 용지가 부족한 일부 투표소의 시간 연장에 대해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오염된 투표’라고 주장했는데, 선거 결과가 이미 다 나온 상태에서 재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오염’의 범위를 전국으로 넓힌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투표한 절대 다수의 유권자가 “왜 내 투표를 무효로 만들려 하느냐”고 나서면 뭐라고 할 것이냐”면서 “재선거를 주장한다고 해도 문제된 투표소에 국한하는 것이 그나마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장 대표가 당내 부정적인 의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면 재선거를 밀어붙이는 배경에 대해 지방선거 패배 이후 거세진 사퇴 요구를 회피하려는 의도된 행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2030세대의 분노 여론을 등에 업고, 당권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재선거 이슈로 장 대표를 떠받치는 기존 강성 지지층에 2030까지 더할 경우, 재신임 투표를 하더라도 당권파가 유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투표용지 문제가 불거진 이후, 당 지지율이 급등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날 장 대표의 사전투표 폐지 주장에 대해 “용지가 부족해 참정권이 침해된 일을 따지는 자리에서 정작 국민이 투표할 기회 그 자체를 줄이자는 건 적반하장”이라며 “오늘부로 국민의힘은 망상에 빠져 선관위로 군대를 보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일체화를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