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흰머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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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애경 (1956~)

염색을 하지 않기로 한 지 일곱 달

80 넘은 이웃 할머님도 새까맣게 머리를 물들이는 세상에서

나는 할머니 취급을 받긴 하지만

때로 거리에서 누군가의 눈길을 받을 때가 있어

돌아보면

나처럼 머리가 하얗고

별로 늙지 않은 사내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거야

무한 호감이 느껴지는 눈길로 말이야

그러면 나는 다시 20대로 돌아가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청년과 눈을 마주치는 기분이야

머리가 하얗게 된 이후로 비로소

남친이 생길지 모른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나처럼 나이 들었지만

나이가 자연스러운 남자와

다시 두근두근

-시집 〈엄마 손을 잡고 그 골목에 서 있네〉 (2025)중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과 늙는다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인생의 시기마다 삶이 주는 각별한 의미들이 있을텐데요.

이 시를 읽다보니 착각일지도 모를 시선을 긍정적으로 상상해보는 것도 유쾌하고, 나이듦의 징후를 잘 다루고 있는 것 같아 살풋 기분이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인생의 후반부인 나이듦을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리모델링 해보는 것 같아 좋습니다.

사람들은 흰머리가 노화의 상징이자 자기 관리 소홀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검은 머리 염색을 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의 색소인 멜라닌을 만들어내는 세포가 점점 약해져서 흰 머리가 되는 것이라는데요. 멋내기용 염색도 있지만 스트레스의 지표가 되기도 하고 콤플렉스로 작용하기도 하는 흰머리도 자연스러울 때 아름다울 수 있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신정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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