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음주 예능의 그림자
최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주 장면이 지나치게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가 과거의 과도한 음주 경험을 마치 유쾌한 무용담처럼 이야기하거나, 술에 취한 모습을 자연스럽고 친근한 이미지로 포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이 과연 건강한 대중문화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제작진은 술자리에서 드러나는 꾸밈 없는 모습이 시청자에게 친근감을 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 장면은 웃음과 공감을 넘어 음주를 일상적이고 가벼운 행동으로 인식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특히 청소년들은 방송과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음주 문화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 쉽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음주 경험률은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이며, 첫 음주 연령 또한 점차 낮아지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보건 전문가들은 미디어 속 음주 장면이 청소년의 음주 호기심과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음주에 지나치게 관대한 문화를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다는 점이다. 편의점과 술집이 생활권 곳곳에 밀집해 있어 술을 매우 쉽게 접할 수 있고, 방송과 온라인 콘텐츠는 이를 소비문화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지나친 음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줄이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방송 제작자의 책임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 극의 흐름이나 프로그램 구성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극적인 음주 장면의 남용은 지양해야 한다. 청소년의 모방심리를 자극하는 무분별한 음주 장면이 하루빨리 줄어들기를 바란다. 김동석·부산 부산진구 부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