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자연 진동과 온난화의 중첩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
기상학계는 올해 하반기에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2℃ 이상 상승하는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이는 2015~2016년, 2023~2024년 이후 짧은 주기로 다시 찾아오는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전 지구적 기상 이변을 촉발하고 지구 평균기온을 다시 한번 최고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대비가 시급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철 이상 기후와 강수 패턴의 변동성 확대 등 계절 기후의 불안정성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열대 태평양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높거나 낮아지며 발생하는 현상으로, 해양과 대기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빚어낸 역동적인 결과물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과 중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반대로 라니냐는 같은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해양은 거대한 열 저장소로서 에너지를 축적하고 운반하며 대기 순환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적 불균형은 전 지구적 기상 이변의 기폭제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보통 2~7년의 간격을 두고 되풀이되는 준주기성을 띤다.
라니냐 시기 한반도 여름 덥고 습한 폭염
해수면 온도 상승, 강수 패턴 극단적 변화
슈퍼 엘니뇨 인한 복합적 기후도 대비해야
엘니뇨와 라니냐는 전 지구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지만, 두 현상이 가져오는 기후 패턴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따뜻한 해수가 동태평양에 머물게 되어, 지구 평균 온도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남미 지역에는 폭우가, 호주와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심각한 가뭄이 발생한다. 반면, 라니냐가 발생하면 무역풍이 강해져 동태평양의 차가운 해수 용승이 활발해지며 지구 온도를 낮춘다. 이 시기에는 아시아와 호주 지역에 폭우가 내리고, 미국 남부 등지에는 가뭄이 찾아온다. 두 현상은 서로 반대되는 매커니즘을 가지면서도 전 지구적인 강수와 기온 패턴을 교란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보통 20세기에 엘니뇨와 라니냐는 우리나라 여름 기후에 특정한 경향성을 부여했다. 서태평양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엘니뇨가 발생할 경우 바닷물이 평소보다 차가워져 여름이 비교적 시원해지는 경향이 있었고, 반대로 하강기류가 발달하여 가뭄이 들 확률이 높았다. 반면 라니냐가 발생하면 서태평양의 수온이 상승하여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고, 이로 인해 덥고 습한 폭염이 한반도의 여름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1997~1998년의 강력한 엘니뇨 당시에도 우리나라는 여름철 저온 현상과 집중호우를 경험하며 이러한 전형적인 패턴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전체적으로 라니냐가 주도적인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라니냐 시기와는 많은 차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름 기후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기후 온난화와 함께 전 지구적인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라니냐의 전형적인 영향이 변형되고 있다. 과거에는 라니냐 시기에 폭염이 나타났다면, 최근의 라니냐는 온난화된 배경 기후와 결합해 대기 불안정을 가중시킨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본적으로 상승한 해수면 온도는 대기 중으로 더 많은 수증기를 공급한다. 이는 라니냐 시기의 강수 패턴을 극단적으로 변화시켜 ‘극한 호우’와 같은 이례적인 기상 현상을 유발한다. 즉, 같은 라니냐 현상이라도 20세기와 21세기는 온난화라는 변수 탓에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의 양상과 강도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슈퍼 엘니뇨가 예상되는 올해 여름에 대한 전망은 더욱 복잡해진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슈퍼 엘니뇨 해였던 1982년과 1997년 여름을 상기해 보면, 당시 기후 패턴만으로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자연적 기후 진동인 엘니뇨에 인위적인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강력하게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관측 자료만으로 가늠할 수 없는 복합적 기후 반응이라는 새 국면에 직면한 지금, 엘니뇨 연구의 진정한 출발점은 현상 자체를 관통하는 심층적 역학 매커니즘 규명에 있다.
온난화 역습으로 해수면 온도와 대기 중 수증기량이 전례 없이 치솟아 과거 통계적 유추에만 의존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에 부딪혔다. 무역풍 약화가 열대 해양의 열 재분배를 유도하는 경로, 켈빈파와 로스비파가 해양 열구조를 변형시키는 매커니즘, 이 변화가 대기 대순환과 맞물리는 물리적 과정을 역학적으로 이해해야만 새로운 기후가 펼쳐지는 장에서의 변화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다. 과거 관측 자료는 귀중한 자산이지만, 기후의 기본 공식 자체가 바뀐 지금, 현상의 물리적 본질을 꿰뚫지 못한다면 그 어떤 예측도 사상누각이다. 전대미문의 슈퍼 엘니뇨를 앞둔 지금이 관측, 수치 모델링, 현장 조사를 망라하는 통합적 연구 체계 구축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할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