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제자리 의령 ‘국립국어사전박물관’, 이번엔 추진되나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20년부터 건립 논의 지속
조선어학회 핵심 3인방 고향
“무섭노” 논란에 사투리 관심
문체부 후속 절차 수년째 답보

의령 국립국어사전박물관 조감도. 의령군 제공 의령 국립국어사전박물관 조감도. 의령군 제공

경남 의령군이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 필요성을 다시 부각하고 있다. ‘조선말 큰사전’ 펴낸 조선어학회 핵심 인물들의 고향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에 최근 지역어 보존 가치까지 재조명되면서 답보 상태인 사업을 다시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다.

7일 의령군에 따르면 과거 2020년 민간에서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한 뒤 여러 차례 학술발표를 통해 사업 당위성 등을 설명하며 기초 지자체에서 광역, 정부로 상향식 추진이 이뤄졌으나 가시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윤석열 정부 시절 지역 공약과 연계해 추진력을 얻었으나 정권 교체 이후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박물관은 국·지방비 300억 원을 투입해 의령읍 일대 전체 면적 5300여㎡에 지상 2층 규모로 밑그림을 그렸다. 한글(문자)이 아닌 언어(말)을 중심으로 남북한의 옛말과 방언 등 역사적·지리적인 관점에서 한국어를 연구·교육하는 기관을 목표로 한다. 2023년 의령군 자체 용역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1.17로 나와 경제성까지 확보했다.

의령이 박물관 건립의 적지로 평가받는 이유는 역사성 때문이다. 의령은 ‘조선말 큰사전’ 편찬을 위해 조선어학회에 거액을 후원한 남저 이우식 선생의 고향이다. 일제 탄압에도 한글 보급 선봉에 섰던 조선어학회 첫 간사장 고루 이극로 선생, 사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철학·윤리학 등 전문용어 풀이를 맡았던 한뫼 안호상 선생도 모두 의령에서 태어났다. 지역에서는 의령을 ‘우리말 독립운동 1번지’로 부른다.

경북대학교 백두현 교수가 의령군에 기증한 조선어사전. 의령군 제공 경북대학교 백두현 교수가 의령군에 기증한 조선어사전. 의령군 제공

최근에는 걸그룹 리센느 멤버의 “무섭노” 발언 논란을 계기로 경상권 사투리와 각지 지역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표준어 중심 언어문화에서 벗어나 방언과 지역어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지역어를 체계적으로 연구·교육할 국가기관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평가한다. 추진위 전문위원인 박용식 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글자와 달리 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세대별, 지역별로 그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간에 해석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번 ‘무섭노’ 논란이 그런 경우”라며 “이제는 우리말에 대한 역사와 의미를 진정성 있게 배울 수 있고 또 보존·연구하는 기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의령군 역시 사업 재추진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지방시대위원회의 ‘우리 동네 공약’ 사업에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 계획을 제출했으며, 민선 9기도 출범 직후 전략 사업 중 하나로 박물관 건립을 선정했다. 또 오는 10일 의령한글공원을 개장하고 한글날 기념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어 지역 여론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사업 추진의 열쇠를 쥔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의 후속 절차는 여전히 제자리다. 지역사회에서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를 맞아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의령군 관계자는 “계속해서 문체부와 협의하며 타당성 조사 등을 요구하고는 있다”면서 “이미 서울에 국립한글박물관이 운영 중인 만큼 문체부에서도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안다. 그러나 국립국어사전박물관은 성격과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계속 설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스마트폰 영상제
    독자추억공모전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