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2000m도 미세플라스틱 못 피했다…“조사 생물 92%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생명연·KIOST, 세계 최초 심해 생물 축적 원리 규명
태평양·인도양 심해 생물 비교…육지·심해 오염 연결성 확인
먹이 섭취 방식 따른 미세플라스틱 축적 특성도 확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세주·정진영 박사 연구팀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남서태평양과 인도양 심해 ‘열수분출공’ 생물을 비교 분석해 미세플라스틱 축적 특성과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연구책임자 김세주 박사. 생명연 제공
심해 2000m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 조차 미세플라스틱 영향을 피하지는 못했다. 인간이 육지에서 배출한 플라스틱이 수천 미터 깊이의 심해 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김세주·정진영 박사 연구팀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남서태평양과 인도양 심해 ‘열수분출공’ 생물을 비교 분석해 미세플라스틱 축적 특성과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매년 약 1100만 t(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은 해류를 따라 전 세계 해양으로 퍼져 해양 생물은 물론 인간의 먹이사슬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세플라스틱 연구는 대부분 해안이나 바다 표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전체 해양의 약 90%를 차지하는 심해(수심 200m 이상)는 연구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곳은 '열수분출공'이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수가 솟아나는 심해 지점으로 햇빛이 닿지 않지만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독특한 생태계다.
연구팀은 KIOST가 수심 2000m 이상의 남서태평양 북피지 분지와 중앙인도양 해령에서 채집한 심해 달팽이와 홍합 시료를 바탕으로 미세플라스틱 정밀분석과 해양생태 해석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축적 특성을 규명했다.
연구 해역 정보를 담은 지도. 남서 태평양(북피지 분지)과 인도양(중앙 인도양 해령)의 채집 지점은 검은색 동그라미로, 표층 해류는 화살표로, 주요 플라스틱 배출 국가는 붉은색으로 표시. 생명연 제공
열수분출공 미세플라스틱 생물축적 양상과 결정 요인 모식도. 열수분출공 미세플라스틱 오염률과 축적에 영향을 주는 지역적(인간활동)·생물학적 요인을 요약. 생명연 제공
분석결과, 조사한 생물의 92%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으며, 개체당 평균 3.42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 특히 생활용품과 포장재 등에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검출돼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플라스틱이 이미 심해 생태계까지 확산됐음을 보여줬다. 심해 해저면마저 인공 폐기물의 침적지가 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같은 심해 생물이라도 먹이 섭취 방식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이 몸속에 축적되는 위치와 양상이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바다 바닥의 미생물을 긁어 먹는 달팽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주로 소화기관에서 발견된 반면, 여과 섭식 즉, 바닷물을 걸러 먹는 홍합은 전신(몸 전체 조직)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서로 다른 대양을 비교한 결과, 미세플라스틱 축적 정도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인도양에서 채집한 생물은 남서태평양 생물보다 체중 대비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최대 14.7배 높았다. 서식 해역의 인위적 오염 정도가 심해 생물의 체내 미세플라스틱 축적량 차이로 직접 드러난 결과이다. 연구팀은 주변 지역의 인간 활동 규모와 해류의 이동 특성 등이 이러한 차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서로 다른 대양의 심해 열수분출공 생태계를 비교해 미세플라스틱 축적 특성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생물의 생활 방식에 따라 오염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함께 제시했다. 이는 앞으로 심해 생태계 보전은 물론 심해 광물자원 개발에 따른 환경영향 평가와 장기적인 심해 환경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책임자인 김세주 박사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와 북극 눈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될 만큼 플라스틱 오염은 이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심해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심해 열수분출공도 예외가 아님을 확인한 것으로, 향후 심해 환경 모니터링과 보전 정책 마련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환경·수질 분야 국제 학술지 ‘워터리서치(Water Research, (IF 12.8))’ 6월 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교신저자로는 생명연·정진영 박사, 제1저자로 생명연 이원경·심유경 박사가 참여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