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에서 친환경 에너지까지… 거침없는 SB선보
북유럽 재기화 시스템 시장 진출
설계·제작·시운전 등 일괄 수주
전력 밸류체인 핵심 공급망 구상
풍력보조추진장치도 실적 호조
창립 40주년을 맞은 SB선보가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SB선보 부산 구평공장 전경. SB선보 제공
창립 40주년을 맞은 부산 대표 조선기자재 기업 SB선보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해 통합법인 출범에 이어 올해는 지역 향토 조선사 대선조선 인수합병을 눈앞에 뒀다. 선박·플랜트 설비 분야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토대로 진출한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시장에서는 수주 실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최초 재기화 시스템 일괄 수주
SB선보는 올해 북유럽의 세계 최대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 운영사로부터 기존의 유럽 독점 공급사를 제치고 액화천연가스(LNG) 재기화 시스템의 EPCC 계약을 따냈다. EPCC란 설계(엔지니어링)부터 조달(프로큐어먼트), 제작(컨스트럭션), 시운전(커미셔닝)까지 전 과정을 한 기업이 맡아 하는 일괄 수주(풀 턴키) 방식을 말한다.
앞서 지난해에는 튀르키예의 세계 1위 해상발전 기업인 카르파워십에서 재기화 시스템 EPCC 계약과 기존 LNG 운반선을 FSRU로 개조하는 FSRU 컨버전 설계 계약을 함께 수주했다.
국내 기업의 재기화 시스템 EPCC 수주는 SB선보가 최초다. SB선보 측은 “재기화 시스템은 그동안 유럽 소수 업체가 과점해 온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라며 “SB선보는 경쟁사와 달리 설계와 제작, 시운전을 자체 통합 관리해 평균 약 22개월인 표준 납기를 19개월, 반복 작업의 경우 최대 16개월까지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재기화 시스템은 ‘바다 위의 LNG 터미널’인 FSRU에서 심장에 해당하는 핵심 설비다. 영하 163도의 액체 상태인 LNG를 재기화해 가스 형태로 공급한다. SB선보는 2014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LNG 연료 가스 공급 시스템(FGSS)에서 축적한 극저온 기술을 토대로 이 시장에 진입했다. 1기당 4000만 달러(약 570억 원)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SB선보의 핵심 미래 먹거리다.
SB선보는 재기화 시스템을 시작으로 LNG 발전과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전력 밸류체인에서 핵심 공급망 기업이 된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FSRU+파워십’ 세트로 구성되는 해상 발전단지는 해상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기술로 친환경 에너지 시장 확장
SB선보의 경쟁력은 설계부터 제작, 시운전까지 한 기업이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대형 모듈 EPCC 기업이라는 점이다. 동종업계 최대인 155명 규모의 연구개발(R&D)·설계 인력과 최대 1000t 규모의 대형 모듈을 통째로 제작할 수 있는 전남 대불공장의 생산 거점, 다대2공장의 자체 극저온 시험 설비와 구평공장의 안벽·초대형 접안 설비 등을 통해 일괄 생산이 가능하다.
기존 주력 사업은 선박 엔진룸 하부의 부품을 모듈화한 탱크탑 유닛이다. 국내 빅 4 조선사의 점유율 65%를 차지하는 부동의 1위다. 10개국 60개 이상 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와 선박에 대형 경식 돛(윙세일)을 세워 탄소 배출을 줄이는 풍력보조추진장치(WAPS)에서도 납품 실적이 쌓이고 있다. 수전해 시스템은 2022년 한국수력원자력 첫 납품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했고, 국내 대기업과 5MW(메가와트)급 양산화를 준비하고 있다. WASP는 지난해 첫 수주를 시작해 올해와 내년에 각각 4기를 납품할 예정이다.
SB선보 관계자는 “1000t급 대형 설비를 직접 설계·제작하고, 자체 극저온·초고압 시험센터에서 성능 검증까지 외부 의존 없이 마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SB선보가 유일하다”며 “대선조선의 다대조선소를 활용해 재기화 시스템을 비롯한 주력 사업의 생산 역량을 확장하고, 향후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의 매출 비중을 전체의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