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원픽] 역사는 인생의 교과서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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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
고우영 화백의 만화 <십팔사략>

고우영 화백의 만화 <십팔사략>. 고우영 화백의 만화 <십팔사략>.
고우영 화백의 만화 <십팔사략>. 고우영 화백의 만화 <십팔사략>.

역사는 과거를 기록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나간 시대의 수많은 선택과 실패, 성공과 좌절을 통해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준비하게 하는 스승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가장 오래된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역사서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한 권을 꼽으라면, 다소 의외일 수 있지만 고우영 화백의 만화 <십팔사략>을 선택하고 싶다.

<고금역대 십팔사략>은 원나라의 증선지가 편찬한 역사서로, 중국 고대부터 송나라 말기까지의 역사를 왕조의 흥망성쇠와 인물들의 이야기, 고사와 금언 등을 중심으로 정리한 책이다.

고우영 화백은 이 원전 <십팔사략>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료를 연구하고, 중국의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더 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방대한 중국 역사를 한 흐름으로 재해석했다. 비록 만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 만화가 아니라 통찰과 미학이 결합한 독창적인 작업이다.

필자가 이 책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고우영 화백의 독창적인 그림체와 그 안에 담긴 동양적 미학이다. 그의 그림은 사물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선과 형태 속에 흐르는 힘과 생명감을 포착한다. 이러한 특징은 중국 회화의 전통적인 화론인 육법(六法)에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기운생동’(氣韻生動)과도 연결된다. 고우영의 인물들은 때로 과장되고 생략되어 있지만 그래서 더욱 생생하다. 몇 개의 선으로도 인물의 성격과 욕망, 권력관계가 드러난다. 형상을 넘어 그 안에 내재한 ‘세’(勢)와 ‘운’(韻)을 포착하려 했던 동양의 미학적 전통을 현대 만화의 언어로 구현한 것이다.

둘째는 역사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교훈이다. 수많은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선택, 권력의 흐름, 그리고 인간과 사회관계의 본질을 배울 수 있다. 특히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초한 쟁패이다. 초나라와 한나라의 왕,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는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라 리더십의 본질을 보여준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의 고사성어는 유방과 그의 가신 한신과의 대화에서 나온다. 천하를 통일한 뒤 유방이 명장 한신에게 물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군사를 거느릴 수 있겠는가?” 한신은 대략 십만 명 정도라고 답했다. 그러자 유방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떠한가?” 한신은 유명한 대답을 남겼다. “다다익선(多多益善),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유방이 의아해하며 어째서 자신은 황제가 되었고, 한신은 자신의 신하가 되었느냐고 묻자, 한신은 유방에게는 군사를 직접 지휘하는 능력과는 다른 능력, 즉 장수를 다스리는 능력이 있다고 답한다. 유방은 사람을 믿고 역할을 부여하며 각자의 역량을 하나의 힘으로 묶어낸 힘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미술계에서 작가, 기획자, 연구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일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유방의 포용력과 사람 중심의 리더십은 선망하고자 하는 기준이 되었고, 조직과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모토가 되었다.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 필자 제공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 필자 제공

<고우영 십팔사략>은 필자에게 단순한 역사 만화가 아니다. 삶의 방향을 거듭 묻게 하는 인생의 교과서이자, 지금도 머리맡에 두고 반복해서 읽는 사유의 동반자이다. 시대는 변하고 기술은 발전해도 사람을 이해하는 지혜와 공동체를 이끄는 원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매번 새롭게 일깨워준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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